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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압박' 굴욕 당한 푸틴의 선택은... 설마 핵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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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압박' 굴욕 당한 푸틴의 선택은... 설마 핵 도발?

입력
2022.09.13 20: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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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동·남부 6,000㎢ 이상 탈환
서울의 10배 규모...하루 만에 3,000㎢ 추가
러시아군 일부 철수... "병력 재배치일 뿐"
러시아 내 "이기는 것 불가능" 회의론 고조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을 수복한 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군용 차량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을 수복한 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군용 차량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동북부 하르키우주(州)에서 서울의 10배 규모 영토를 되찾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시작 이후 최대 굴욕을 맛보는 중이다. "우크라이나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오르내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하루 만에 두 배' 러군 밀어내는 우크라, 승기 잡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화상 연설에서 "이달 들어 우리 전사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우리 영토의 6,000㎢ 이상을 해방시켰다"고 밝혔다. 서울(605㎢) 면적의 약 10배 규모다. 전날까지 3,000㎢를 탈환한 우크라이나군이 파죽지세로 진격 중인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 지역 대부분에서 러시아군을 쫓아낸 데 이어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도 500㎢를 되찾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전폭적인 무기 지원 덕이다.

미국은 전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결과를 예측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을 점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전장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어 우크라이나군이 탈환 지역을 계속 지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미국 CNN 방송은 내다봤다.

군용차량에 탄 우크라이나군이 1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도로로 이동 중이다. AP

군용차량에 탄 우크라이나군이 1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도로로 이동 중이다. AP


"우크라 이기는 건 불가능"… 러 내부 균열 조짐

러시아는 하르키우 지역에서 병력을 뺀 것을 인정하면서도 "계획된 병력 재배치"라며 '후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러시아군의 최근 패퇴로 러시아 내부에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보리스 나데즈딘 러시아 시의원은 지난 9일 관영 NTV의 정치 토크쇼에서 "지금 우리가 싸우는 방식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평화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원로 정치학자인 비탈리 트레티야코프 모스크바주립대 교수는 8일 관영 로시야-1TV에서 "우리 군이 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게 되면 전쟁에 관한 충족되지 않은 기대 때문에 사회적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으며 '푸틴의 입' 역할을 하는 관영 방송에서 '소수 의견'이 개진된 것이다. 이는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했을 때 관영 언론들이 침묵한 것과 대비된다.

푸틴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의 18개구 대표들은 "푸틴 대통령의 행동이 러시아와 시민의 미래를 해치고 있다. 연방 대통령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에 서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사면초가' 푸틴 대응에 쏠리는 시선

푸틴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강력한 카리스마와 공포 리더십으로 20년 넘게 러시아를 통치한 그에게 이번 굴욕적 패배는 치명상을 안겼다.

서방 주요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패배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무리한 확전을 시도할 가능성을 걱정한다.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서방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관찰한 거의 모든 러시아 군사 훈련에는 핵무기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달 3일 "옛 소련연방 해체 후 우리는 전략적 핵 무기를 잘 보존해 왔다"고 위협했다.

BBC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대한 오판이었다"며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과거 러시아 지도자들은 좋은 결말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동안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손에 넣었다. BBC 역시 "푸틴은 (이번 전쟁이) 여전히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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