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춥고 어두운 겨울이 오고 있다

입력
2022.09.14 00:00
26면
0 0

올 한 해에만 28조 원 적자 불가피한 한전
한전채 남발로 채권시장 '구축효과' 뚜렷
구조적 원가 절감 노력과 자구노력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뉴시스

ⓒ게티이미지뱅크, 뉴시스

최근 국제유가가 일부 하락하자, 당국 중심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부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국제유가의 일부 하락은 다행이지만, 사실 대외 여건은 크게 개선될 기미가 없다. 두바이산(産) 기준으로 배럴당 110달러를 넘던 원유 가격이 8월 말 90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10년간 평균 50달러 내외였음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다.

원유 가격의 최근 하락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제유동성 축소와 선진국의 경기 부진, 그리고 중국의 침체 확산이 겹치며 발생한 수요 부진에 따른 것으로 여건 개선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 또한, 불안한 외환시장과 함께 환율효과 때문에 원화 기준으로 심지어 가격 압력이 커지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러시아의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제한처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에너지 위기가 심각한 '춥고 어두운 혹독한 겨울'이 될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실내 온도를 제한하고 특정 시간 이후 외부 조명을 금지하는 등 에너지 절약 정책을 펼치며 대비하고 있다. 1970년대 '에너지는 국력이다. 아껴서 절약하자' 캠페인이 등장했던 에너지 위기 환경과 다르지 않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기의 공급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데, 전기가 현대 산업생산과 소비의 핵심이고 안정적 공급이 경제 운영의 기초여서 더욱 우려된다.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불안정한 에너지 수급 여건과 높은 가격은 큰 위협 요소다. 특히 탈원전 논의와 환경 관련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전기료에 반영하지 못한 한국전력의 재무 건전성은 심각하다. 한전은 2021년 5조8,000억 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상반기 14조 원 적자로 올 한 해에만 28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적자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작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산업은행이 각각 18.2%, 32.9%의 지분을 갖고 있어 정부 지분이 51%로 사실상 국채 성격의 한전 회사채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아직 신용등급은 유지하고 있으나 재무 우려로 인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한전 회사채 물량으로 인해 채권시장에서 다른 민간 회사채가 소화되지 못하는 구축효과로 금융시장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점진적 현실화는 불가피해도, 전기 생산 비용을 낮추는 충분한 자구 노력과 정부의 지원 없이 요금 인상만 현실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최근 남아공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전기료나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산유국으로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없을 것 같지만, 보조금으로 낮은 휘발유 가격을 유지하다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항의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전기료가 오르면 그 자체뿐 아니라 다른 생산·소비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하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인플레이션 악화로 국민의 생활고를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격 인상 요인 가운데 과거에 구조적으로 생산 비용을 증가시킨 문제가 있다면, 이를 더욱 신속히 수정해야 한다. 또한, 일시적인 원가 변동은 비용 충격을 완화하고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가운데, 재무위험을 최소화하는 설득력 있는 자구 노력 역시 필수적이다. 춥고 어두운 겨울이 오기 전에 이 모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