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관리 사업장 개수 1,000곳 넘어
전문성·감수성 부족 문제도 지적
"직장에서 임금체불 문제가 있어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는데, 진행 상황이 감감무소식입니다. 감독관에게 전화를 해도 항상 자리에 없습니다. 기다리라는 말만 들으며 9개월을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의 노동법 위반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청하더라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10건 중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 1명이 관리해야 하는 사업장 수가 1,000여 곳에 달하는 데다 감독관 개인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제도적으로도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12일 직장갑질119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이 접수된 제보 사례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제공받은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근로감독 신청 건수(2,740건) 대비 실시 건수(874건) 비율은 31.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2017년 74%였던 근로감독 실시 비율이 2019년 51.6%로 감소하더니 2020년 33.1%, 올해 상반기 29.2%로 낮아졌다.
근본적인 원인은 근로감독관의 부족이다. 2017년 904건에 불과했던 근로감독 청원 건수는 2019년 2,073건, 2021년 2,74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근로감독관 수도 함께 증가하긴 했으나 감독관 1인당 관리해야 하는 행정 대상 사업장 수는 2019년 이래 1,000여 개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근무일수 대비 1인당 사건 수를 계산하면 근로감독관은 하나의 사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1.57일 만을 사용해야 한다"며 "행정업무 시간을 고려한다면 한 사건당 하루도 채 쓰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이나 감수성 부족 문제도 지적된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일부 감독관은 노동법에 기초하지 않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사건을 기각하거나 조사를 미뤘다. 특히 진정인과 회사 사이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이나 괴롭힘 사건의 경우 근로감독관의 감수성 부족 문제가 치명적"이라며 "하나의 사건에 대해 근로감독관 한 명이 전권을 행사하다 보니 불합리한 점이 발생해도 진정인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근로감독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감독관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신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보다 실제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비율을 늘릴 필요도 있다. 권호현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직장인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게 근로감독관인데, 적잖은 국민들은 '신고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신고하면 해결 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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