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 전지현 모델로
호텔신라도 로레알과 화장품 브랜드 출시 예정
초고가 전략 뽀아레, 매출은 20만 원 이하 제품들에서
이달 들어 CF계의 '흥행 수표' 배우 전지현의 얼굴이 다소 낯선 브랜드와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뽀아레(POIRET)'. 외국 화장품 브랜드인가 싶지만 신세계의 패션 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지난해 3월 출시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라고 해요. 뽀아레 제품 중 가장 비싼 72만 원짜리 크림은 국내 고급 화장품의 고가 제품군과 비교해도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때문에 신세계는 뽀아레를 '최상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라고 강조하는데요.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인 오에라(Oera)를 내놓았고, 최근엔 호텔신라도 해외 뷰티 브랜드 로레알과 손을 잡고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브랜드 출시 1년 반 만에 전지현 모델 발탁
최근 이종 산업계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출시의 첫 테이프는 신세계의 몫이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일 배우 전지현을 뽀아레의 첫 번째 브랜드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이 "한국을 대표할 최상위 럭셔리 명품 화장품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10년 동안 준비했다"며 뽀아레를 론칭한 지 1년 반 만입니다.
보통 잘 알려진 모델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은 신생 브랜드가 택하곤 하는데요. 뽀아레는 1년 반이 지나서야 전지현을 전속 모델로 선택했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처음부터 모델을 발탁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모델로 고착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역사와 제품을 소개하는 기간이 먼저 필요했다"고 밝혔는데요.
뽀아레는 신세계가 2015년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폴 뽀아레의 상표권을 인수해 만들었습니다. 폴 뽀아레는 1900년대 초 샤넬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자이너로, 동양 느낌의 디자인을 서양식 코트와 드레스에 처음 도입했다고 해요.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자유 분방한 실루엣의 여성복과 디자인하우스 최초로 향수 브랜드를 출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폴 뽀아레 은퇴 후 디자인하우스가 문을 닫고 100년가량 이름만 유지하던 뽀아레의 상표권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던 신세계가 사들였는데요. 단순히 '비싼 화장품'이 아닌 '역사와 유산을 가진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뽀아레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브랜드 이름도 디자이너의 이름을 땄습니다.
40대 이상 타깃 뽀아레, 뚜껑 여니 2030이 열광
전지현씨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치킨, 카레, 뷰티까지 10개가 훌쩍 넘는 광고에서 모델로 등장합니다. 심지어 5월에는 한 비건 뷰티 브랜드의 광고에도 등장하는 등 다른 화장품 브랜드의 얼굴로도 활약 중이죠. 론칭 당시 브랜드의 역사성과 유산을 강조하며 최상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표방한 뽀아레가 대중적 '흥행 수표'인 전지현씨를 광고 모델로 발탁한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궁금증의 실마리는 뽀아레의 광고에서 풀립니다. 뽀아레의 광고에서도 전지현씨와 함께 CF에 등장하는 제품은 초고가 제품이 아닌 11만 원대 파운데이션입니다. 실제로 이 파운데이션은 뽀아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 중 하나입니다. 뽀아레의 애초의 타깃과 실제로 뽀아레를 주목한 연령대도 달랐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뽀아레는 원래는 4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이지만 매장을 열고 보니 팩트 타입의 파우더가 2030세대에게 재조명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뒤이어 파운데이션, 에너지 세럼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뽀아레 론칭 후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약하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뽀아레 제품을 리뷰하면서 가장 주목한 제품이 10만 원대 팩트 타입 파우더입니다. 과거 엄마 세대가 많이 사용하던 파운데이션과 파우더가 합쳐진 소위 '트윈케이크' 타입의 팩트가 제품력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2030 여성들의 관심을 받은 것이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뽀아레는 지난해 3월 론칭 후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2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0%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뽀아레가 '72만 원 크림' 등 상징적 가격으로 '비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반면 많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광고에서는 좀더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세우면서 대중성을 꾀하려 한다는 것이죠.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전지현의 광고에서 등장하는 파운데이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고가 이미지를 만드는 상징적 제품이 따로 있고, 파운데이션처럼 실제로 매출을 내는 제품들이 따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섬 이어 호텔신라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만든다
뽀아레뿐 아니라 사업 다각화, 패션과 뷰티의 유통 시너지 효과 등을 노리고 다른 기업들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섬도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패션이 아닌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한섬은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선보였고,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1층에 1호 매장 문을 열었는데요. 오에라의 시그니처 크림 가격은 125만 원으로 초고가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해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중 라프레리가 연간 약 100억 원 매출을 올린다"며 애초에 국내 럭셔리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그럼에도 한섬은 패션을 넘어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동시에 패션 사업에 쏠려 있는 사업 구조도 다각화하기 위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6월 호텔신라도 글로벌 뷰티 브랜드인 로레알과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함께 신규 럭셔리 뷰티 브랜드 출시를 위한 공동 투자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호텔신라 측은 "호텔신라는 인천·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3대 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향수 사업을 동시에 하는 유일한 사업자"라며 "이런 유통 채널을 높게 평가한 로레알 측에서 먼저 화장품 브랜드 출시를 제안했다"고 전했습니다. 면세점 등을 주 유통망으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노린 브랜드를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뽀아레 역시 론칭 당시부터 유럽·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뽀아레 관계자는 "유럽에서 디자이너 뽀아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중국이 아닌 유럽 진출을 목표로 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프랑스와 미국 백화점에 뽀아레가 입점할 것"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모델 전지현으로 더 넓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뽀아레가 과연 해외시장에서도 애초 목표대로 '최상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위치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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