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정동환, 연극 '두 교황' 언론 인터뷰
신구, 데뷔 60주년 소감 "연극은 내 소명"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1962년 연극 '소'로 데뷔 이후 60년간 대중들에게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신구는 최근 연극 '두 교황'에서 자신만의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선보이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청력이 좋지 않음에도 취재진 앞에서 질문에 귀를 기울이면서 진정한 연기자의 면모를 다시금 느끼게 했다.
"극본에 충실했다"라는 익숙한 말을 이토록 진정성 있게 말할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에서는 신구와 정동환은 '두 교황'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연기관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신구는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 정동환은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역으로 무대에 서는 중이다.
'두 교황'은 지난 2013년, 바티칸 역사상 598년 만에 자진 퇴위를 발표하며 바티칸과 세계를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의 원작 공연으로 지난달 30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심층적인 고증을 통한 아름다운 무대와 의상과 함께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따듯한 울림이 담긴 메시지를 선물하는 중이다. 신구 정동환을 비롯한 원로 배우들이 출연한다.
신구는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이했다. 특히 올해 초 건강 이상으로 팬들의 우려를 받기도 했다. "60년이라는 게 지나고 보니 어제 같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건강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지만 견디고 있다. 생각지도 않게 심부전이 왔다. 나름대로 건강을 잘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80세 넘어서 느닷없이 아팠다. 이후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약을 잘 먹고 있다. 견디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다. 몸도 삐걱거린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냐. 내가 끝까지 책임지려고 한다"고 말하면서 팬들의 우려를 덜었다.
원로 배우들의 활약상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신구는 "살다 보니까 원로 배우라고 부른다. 나이가 이렇게 됐다는 게 새삼스럽다. 관객들이 봐 주니 고맙다. 하고 싶은 것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결과가 고맙기도 하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원로배우들의 인기가 크게 모이면서 '대학로 방탄노년단'이라는 수식어를 듣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에 빗댄 별명으로 평균 나이 80세의 노년 배우인 이순재 신구 오영수 백일섭 노주현 등이 여기에 언급되는 중이다. 신구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니 그 반열에 올린 게 고맙다. 각자 자리 잘하는 것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다. (대중의 반응이) 고맙다"고 언급했다.
신구는 새 작품을 맡을 때마다 늘 같은 고민을 갖는단다. "제안을 받고 선뜻 욕심이 나서 동의를 했지만 막상 대본을 보니 너무 어렵고 대사가 많아서 고민했습니다. 하나하나 해결하는 중이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공연하면서 빈틈을 열심히 채워나가려 해요."
이날 인터뷰 내내 신구는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연기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신구는 "연극은 제게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예를 들면 생명과도 같다. 나와 꼭 맞아야 그 작품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모르는 사람, 세상에서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두려움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정동환은 드라마 '열혈사제', 영화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에서 종교계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터다. 실제로도 모태신앙이라는 정동환은 "무엇인가 제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특히 '두 교황'에서 신구 선생님이 나온다고 하니 꼭 모시고 싶었다. 운명적으로 만난 느낌을 받았다"면서 작품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정동환은 "우리 작품은 자기 나이에 맞는 배역을 하게 됐다. 자연스럽고 확실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그만큼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그 사람답게 연기할 수 있다. 베네딕토 교황 역할을 세 배우가 나와서 한다. 신구 선생님은 그 당시 교황의 나이와 같다. 선생님은 따질 것도 없이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나이를 표현한다"고 했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방향을 고수하지만 수준급 피아노 실력에 따뜻한 성품을 가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으로 개혁을 지지하고 진보적인 신념을 지니고 축구와 탱고를 즐길 줄 아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주인공이다. '두 교황'은 관객들이 왜 연극을 보러 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배우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되고 또 다른 경험을 낳는다. 극장의 존재가 왜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두 주역은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동환은 "신구의 화합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 구구절절 담겨 있다. 이 안에서 가장 종교적이면서 가장 인간적, 또 가장 사회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신구는 연기 인생 60년의 깊이를 가지고 교황 그 자체의 무게감을 선사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극 중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같은 나이로 등장만으로도 무대를 장악하는 힘이 뛰어나 극이 끝난 후 관객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정동환은 많은 무대 경험을 토대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추기경 시절부터 교황 즉위까지의 흐름을 완벽하게 표현해 프란치스코 그 자체라는 관객들의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는 어떤 배역과 가깝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구는 "제가 좀 보수적이다. 베네딕토 교황에 가깝다"면서 스스로를 재치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정동환은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여태껏 연기를 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연극은 연습이다'라는 말을 내놓았다. 이 안에는 연습에 대한 아쉬움을 다 담으셨는데 그것이 선생님을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선생님은 나오시면 두 번 세 번 연습을 한다. 이 연세에도 정열, 힘이 있다"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표했다.
인터뷰 말미 관객들에게 하고픈 말로 신구는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내내 행복하시길 바란다", 정동환은 "연극이 2주차다. 여기에 오셔서 연극을 보고 더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가시는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갈등의 시대, 치유와 힐링의 시간이 될 연극 '두 교황'은 오는 10월 23일까지 한전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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