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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선 양력 8월 추석… 한국서 음력 명절 처음 알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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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선 양력 8월 추석… 한국서 음력 명절 처음 알게 돼"

입력
2022.09.09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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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동포들 특별법 통해 작년 영주귀국
2000년 영주귀국한 부모님 모시고 안산에
사할린동포들은 양력 8월 15일에 추석 쇠
음력 표기 달력 없고 음력 8월은 너무 추워
"날짜 달라도 차례 벌초 성묘 한국과 같아"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고향마을아파트에서 만난 이수니씨 부부가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다. 안산=홍인기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고향마을아파트에서 만난 이수니씨 부부가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다. 안산=홍인기 기자


"러시아 사할린동포들은 양력 8월 15일에 추석을 지냅니다. 사할린에 있는 자녀들과 영상으로 차례까지 지냈지만 한국에서 맞는 첫 추석이라 마음이 셀렙니다."

사할린동포 이수니(57)씨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고향마을아파트에서 이수니(오른쪽 두 번째)씨 가족이 러시아 사할린동포들의 추석 얘기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고향마을아파트에서 이수니(오른쪽 두 번째)씨 가족이 러시아 사할린동포들의 추석 얘기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영주귀국한 사할린동포 이수니(57)씨는 올해 처음으로 고국에서 추석을 맞는다. 하지만 이씨가 살던 러시아 사할린 지역 동포들은 양력 8월 15일에 추석을 쇠는 전통을 가졌다. 러시아에서 음력 날짜를 표시한 달력이 거의 없을뿐더러, 러시아의 극동 사할린에서 음력 8월 15일은 날씨가 상당히 춥기 때문이다.

음력 추석, 한국 와서 처음 알게 돼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고향마을아파트. 10개월 전 영주귀국한 이씨는 “러시아에서도 추석이면 가족들이 모여 차례도 지내고, 성묘와 벌초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풍습이 똑같지만 날짜만 다르다는 것이다. 사할린에서 태어난 이씨는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음력 8월 15일에 추석을 쇤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씨의 두 자녀는 모두 결혼해 사할린 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15일 러시아에 있는 아들과 딸 가족들이 모여 성묘하고 벌초하는 모습을 휴대폰 영상을 통해 지켜봤다"고 밝혔다. 불과 한달 뒤 한국에서 또 한 번의 추석을 앞둔 이씨는 "부모님과 식사하고 단지 내 다른 동포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 부친 1939년 할아버지 따라 사할린으로

이씨는 지난해 1월 시행된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남편 이정문(61)씨와 지난해 12월 영주귀국을 선택해 한국에 들어온 동포 2세대다. 특별법에 따라 정부 지원 대상이 기존 사할린동포 1세대·배우자 및 장애 자녀에서 사할린 동포 1세대·배우자 및 직계비속 1인과 배우자로 확대됐다. 이들은 항공료 및 초기 정착비를 포함해 거주·생활시설 운영비와 임대주택 등을 지원받는다.

사할린에서 태어나 이씨는 러시아가 더 익숙하지만 먼저 영주귀국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제주도 출신인 이씨의 아버지 김항길(87)씨는 4세 때인 1939년 강제징용을 당한 부친을 따라 사할린으로 끌려가 60년 넘게 살았다. 러시아에선 남편 성을 따르는 전통 때문에 이씨는 아버지 김씨와 성이 다르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에 의해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된 조선인은 15만여 명이다.

김씨는 1996년 사할린동포 모국 방문행사 때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 영주귀국을 결심해, 2000년부터 부인 최숙자(83)씨와 안산에서 살고 있다. 고국에 돌아와 20년 넘게 살았지만 정작 자식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 답답했던 김씨는 이제 딸 부부의 얼굴을 매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이씨는 “부모님이 고령이라 한국행을 선택했다"면서 "엄마 아빠를 모실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똑같은 한을 딸에게 물려준 거 같아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씨 부부도 사할린에 자식들을 남겨두고 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리가 딸을 두고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내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영주귀국을 선택해 준 딸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안산 고향마을에는 사할린동포 1,2세대 15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고향마을아파트에서 만난 이수니(오른쪽 첫 번째)씨 가족이 산책을 위해 아파트에서 나오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고향마을아파트에서 만난 이수니(오른쪽 첫 번째)씨 가족이 산책을 위해 아파트에서 나오고 있다. 홍인기 기자


러시아에 있는 자식들과 왕래 자유로워지길

이씨의 남편 이정문씨도 사할린동포 2세대다. 그도 한국에 누나와 작은아버지가 거주하고 있어 부인의 영주귀국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정문씨는 “아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싶다고 했고 나도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며 "다만 좁은 집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특별법에 따라 영주귀국한 사할린동포들에게 지원되는 아파트는 59㎡ 규모에 방 2개에 화장실 1개 정도다. 이정문씨는 "지난해 첫 입국 당시 지원 받은 주거지가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살고 있는 집과 너무 떨어져 있어 부득이 함께 살고 있다"면서 "가구 분리가 안 돼 조금은 불편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부모를 모시기 위해 미련 없이 한국행을 선택한 이씨 부부도 사할린에 있는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올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왕래도 더 어려워졌다. 이정문씨는 "자식들과 떨어져 살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 왕래만이라도 자유롭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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