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수학교사 10명 중 8명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의 수학과목 시안이 적용될 경우 "기초학력 저하와 사교육 의존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업 시간(시수)은 줄어든 반면 배워야 할 양은 늘었기 때문이다.
고2에서 삭제된 '행렬'이 고1로…교사 절반 "학습 시간 부족"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과 수학교사모임연합은 새 교육과정 시안의 적정성에 대해 전국 중·고교 수학교사 3,554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현장 교사의 77.1%는 '새 교육과정이 기초학력 저하 문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87%는 '새 교육과정이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봤다.
교사들이 이같이 응답한 이유는 줄어든 수업 시간에 비해 학습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에서 학교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가 정하는 교과 수업을 학기당 17주에서 16주로 축소했다. 수학교사모임연합은 "현재보다 교과 내용이 축소돼야 하지만, 새 교육과정 연구진은 삭제했던 내용을 복원하는 등 배워야 하는 양을 오히려 늘렸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2009년 개정 교육과정 고2에서 삭제됐던 행렬이 이번에는 고1 공통과정에 추가됐다. 그러면서 고1에서 가르치던 이차함수의 최대·최소는 중3으로, 중3에 있던 대푯값은 중1로 연쇄적으로 이동했다. 고교에서 늘어난 학습 부담이 중1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또 중2는 2009 개정 때 삭제된 증명 용어가 다시 도입됐고, 중3은 통계에 상자그림이 추가됐다. 고등학교 '확률과 통계', '기하'에는 2015년 개정으로 빠진 모비율과 공간벡터가 각각 부활했다.
이런 이유로 교사들의 절반가량(48.8%)은 "학습 내용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학년별로는 중3이 54.1%(부족 37.2%, 매우 부족 16.9%)로 가장 시간 부족을 우려했다.
"성취기준 2개를 1개로 합치는 꼼수로 학습량 착시"
수학교사모임연합은 교육과정 연구진이 두 개의 성취기준을 하나로 합치는 등의 꼼수를 써 학습 부담을 줄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주장도 폈다. 일례로 현 중1 교육과정의 문자와 식 단원에는 '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와 '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는 두 성취기준이 분리돼 있는데, 새 교육과정에서는 하나로 합쳐 '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내어 그 유용성을 인식하고, 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고 바꿨다는 것이다.
이처럼 합쳐진 성취기준을 복원하면 새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오히려 늘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고1의 경우 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41개이고 연구진은 39개로 줄였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43개라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축소된 시수에 맞춰 새 교육과정을 가르치면 중1은 최대 43시간, 중2는 40시간, 중3은 12시간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 교사들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과거에 뺐던 과정을 넣거나, 동일한 내용을 학년만 올렸다 내렸다 하는 식의 교육과정 개정은 수학교육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래를 위한 수학교육은 빠르게 진도만 나가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주도적으로 탐구하는 활동을 통해 개념을 발견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기르는 것"이라며 "적정한 양을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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