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심줄로 확인된 ‘애플카’ 팬덤
[아로마뉴스(12)] 9.5~9
전시회서 우승 거머쥔 인공지능(AI) 작품 놓고 ‘시끌시끌’
지난달 열렸던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쥔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인공지능(AI)에 의해 생성된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제이슨 엘런 디스코드 캡처. 연합뉴스
눈부신 햇살이 내리쬔 대형 원형창 너머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이를 바라본 여인들의 뒷모습에선 경건함도 묻어났다. 중세시대를 소환한 듯한 이색적인 분위기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오페라 공연이 한창인 무대를 섬세하게 담아낸 화폭이다. 지난달 열렸던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 출품, 대상을 거머쥔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3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 등 현지 외신에 의해 뒤늦게 알려진 이 작품의 태생 과정 탓에 더 쏠렸다.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39)에 의해 제출된 이 작품이 정작 그의 손에서 그려진 게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이 작품의 진짜 화가는 인공지능(AI)으로 알려졌고 급기야 부정행위 논란까지 빚어졌다. 비록 전시회나 상금(대상: 300달러, 한화 약 40만 원)에선 소규모였지만 예술계에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일단, 논란의 중심에 선 앨런은 꺼리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은 텍스트로 된 문구만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이미지로 바꿔주는 ‘미드저니’란 AI 프로그램으로 그려졌다. 이 전시회 규정에선 창작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색깔을 조정하는 등 디지털 방식으로 이미지를 편집하는 행위는 인정된다고 규정됐다. 그가 이번 논란에 “이번 대회에 작품을 제출할 때 ‘미드저니를 거친 제이슨 M. 앨런’이라고 명시하면서 AI로 작품을 생성했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에 작품의 출처 역시 속인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고 나선 근거다. 그는 이어 “내가 이겼다”며 “나는 어떤 규칙도 어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앨런은 미드저니로 생성한 3개의 그림을 전시회에 제출했고 이 가운데 1개 작품이 1위에 올랐다. 전시회 주최측도 앨런편에 섰다. 콜로라도 농무부는 “심사위원들이 미드저니가 AI란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알았더라도 이 작품에 상을 줬을 것”이라고 옹호하면서다.
하지만 순수 예술가로 점쳐진 누리꾼들의 반발 또한 거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상에선 “최신형 스포츠카를 타고 올림픽에 나간 것과 뭐가 다르냐”에서부터 “AI가 그린 그림을 인간의 작품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젠 순수 예술마저 죽어가고 있구나” 등으로 저격됐다. 이어 “한 마디로 역겹다”면서 “단 한번의 붓질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최첨단 정보기술(IT)을 내세워 우승했다는 게 과연 공정한가”라는 원론적인 비판까지 제기됐다.
AI 화가 등장은 또 다른 충돌도 낳고 있다. 부정적인 시각에선 “AI의 작품 역시 기존 예술가의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선 첨단기술에 숨겨진 표절이나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측면에선 “AI와 같은 최신 기술도 이용자의 생각과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새로운 작품을 생성할 수 없다”며 AI와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창작성으로 당연히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앨런이 CNN과 인터뷰에서 “대회에 출품한 3개의 작품을 얻는 데 80시간 넘게 걸렸다”며 정당성을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작권이나 소유권 문제에서도 다툼의 여지는 다분하다. 최종 작품에 대한 지분이 앨런처럼 AI 프로그램에 문구를 입력한 사람에게 있다는 측과 AI 개발자도 무시할 순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아서다.
한편, 세계 최초의 AI 화가 작품으로는 지난 201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던 프랑스 예술집단인 오비어스의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으로 알려졌다. 당시 43만2,500달러(약 6억 원)에 낙찰된 이 작품은 온라인 시각 백과사전인 위키아트에 게재된 14~19세기 초상화 1만5,000점을 입력해 학습시킨 프로그램에 의해 탄생했다.
실체도 없는데…무한 신뢰 ‘애플카 팬덤’, 테슬라도 제쳤다
지난 6월 애플 개발자 회의로 열렸던 ‘WWDC 2022’에선 아이폰에 깔린 앱까지 사용 가능한 ‘카플레이’ 자동차용 운영체제(OS)가 공개됐다. 애플 제공
실체는 고사하고 기약도 없다.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럼에도 신뢰도나 충성도만큼은 쇠심줄이다. 그렇게 기다리기만 벌써 8년째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공룡인 애플에서 지난 2014년부터 야심작으로 준비 중인 ‘애플카’에 대한 ‘팬덤’이다.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이런 분위기는 설문 조사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글로벌 마케팅 업체인 스트래티지 비전이 최근 미국에서 20만 명의 신차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계 45개 자동차 브랜드 선호도(중복응답) 조사 결과, 애플카는 ‘넘버3’에 마크됐다. 30년 전부터 매년 진행해온 스트래티지 비전의 자동차 브랜드 선호도 설문에 자율주행차로 관측된 애플카가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는 미국 포드(21%)나 자율주행차의 선구자인 테슬라(20%) 보다 앞섰다. 이 설문에서 1위는 일본 토요타(38%)가, 2위엔 혼다(32%)가 각각 랭크됐다.
특히, 세계 자율주행차 간판인 테슬라 차주의 50% 이상은 애플카 구매에 대해 “확실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테슬라 소유자의 절반 이상은 “애플카가 출시되기만 하면 언제든지 갈아탈 의향이 있다”고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응답자의 34%가 아직까지 베일에 쌓인 애플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부분도 눈에 띈다. 애플카의 정확한 사양에 관계없이 그동안 애플이 구축해온 브랜드 인지도나 명성만 고려해도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히면서다.
애플카에 대한 뒷얘기는 꾸준하다. 애플카의 빈번한 핵심 인력 유출과 영입에서부터 지난 6월 애플 개발자 이벤트인 ‘WWDC 2022’에서 자동차용 운영체재(OS)로 소개된 ‘카플레이’ 등을 포함해 다양한 소식이 전해졌다. 10년 가까이 애플카 전담인 '코드명:타이탄' 프로젝트 운영에 나선 애플은 신차 출시 시점을 2025년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물밑에서 현재 진행 중인 애플의 특허 출원 증가세는 체크포인트다. 지난 7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지식재산권 업체인 IP랜드스케이프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248건의 자동차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 2010년 연평균 10건 미만에 그쳤던 특허 출원 건수는 급증세를 보이면서 2017년엔 역대 최다인 66건까지 늘었다. 2014년부터 시동 걸린 ‘타이탄’ 애플카 프로젝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숱한 추측 속에서도 “애플카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는 세간의 우스갯소리에 힘이 실린 이유다. 이런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애플의 자동차 시장 진출 의욕이 줄지 않았다”며 “오히려 기존 차량에 없는 발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기존 자동차 업계의 대비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2019년엔 자율주행 전문 스타트업인 ‘드라이브 인공지능(AI)’도 사들였다.
수뇌부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인 '스웨이'에서 “자율주행차는 그 자체가 핵심 기술로, 한발 물러나서 보면 사실상 로봇과 같다”며 “자율주행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은데, 애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직접 자율주행차 제작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즉답은 피하면서도 “그동안 많은 내부 연구가 빛을 보진 못했지만, 자율주행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우려와 달리, 사실상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타이탄’은 순항 중이란 얘기로 들렸다.
이와 관련, IP랜드스페이프측은 "애플이 자율주행에 특화된 구글과 달리 자체 자동차 개발까지 고려해 특허 출원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한규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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