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 로스트볼 즐겨 쓰던 구력 3년 기자
200~220m 날던 드라이버샷, 230m 넘겨
쾌감은 잠시뿐… 샷마다 부담 커 실수 연발
쇼핑몰 기준 12개들이 한 상자에 25만 원, 한 알엔 2만 원이 넘는 골프공 '아토맥스'를 어이없는 샷 한 방으로 수풀이나 연못에 날려버릴 순 없었다. 손에 쥔 단 한 알의 아토맥스 등판 시점은 꽤나 정확했던 경험적 통계를 바탕으로 결정했다. 라운드 내내 고생하다가 '집에 갈 때쯤에나' 샷 감이 돌아오던 그동안의 패턴을 봤을 때, 아토맥스 성능을 만끽하면서도 잃어버리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반 5번 홀(14번째 홀)부터 이 공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캐디님도 내 결정을 거들었다. "그쯤(막판쯤)부터 페어웨이 넓은 홀 많아요~."
한 알에 2만 원 넘는 골프공…'지켜야 해'
2일 오후 12시 3분 인천 중구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클럽 바다코스에서 시작된 회사 동료들과의 라운드에서 써 보기로 마음먹은 아토맥스는 '세계에서 가장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으로 유명하다. 이를 개발·제조한 코오롱이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 인증을 받은 스윙 로봇으로 같은 조건에서 샷 비거리를 측정한 결과, 국내외 13개사의 골프공 평균 비거리보다 무려 12~18m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록위원회(WRC)로부터 '최장 비거리 골프공' 인증도 받았다.
공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가격과 희소성 때문에 골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6월 인증식 행사장에선 가격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행사 이후 "하나에 2만 원 이상"이라며 가격이 알려지면서다. 골프 초보 시절, 한 알에 6,000원가량의 새 공을 꺼냈다가 한 방에 연못으로 빠뜨렸을 때 귀에 꽂혔던 "형준이 간짜장 한 그릇 날렸네~" 조롱이 이날은 어떤 식으로 가슴에 꽂힐까. 생각만 해도 싸늘하고 어깨가 쪼그라들었다.
집에 갈 때쯤에나 잘 맞던 공, '오늘은 왜…?'
단 한 알의 아토맥스를 살뜰히 써 보자는 다짐과 기존 상품들과의 성능을 비교해 보겠다는 실험 정신으로 전반 9개 홀과 후반 초반까진 그동안 즐겨 써 온 B사 로스트볼(재사용)을 사용하기로 했다. '비장의 무기'인냥 아토맥스 한 알을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시작한 라운드는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술술 풀렸다. 파 3개, 보기 4개, 더블보기 2개를 묶어 8오버파 44타로 전반을 마쳤다.
일부 홀에서 후한 'OK(컨시드·인정 홀인)'가 적용됐지만 코스 난이도와 동반자들끼리 규칙에 따라 전반 9홀을 45~50타 사이에서 마무리했던 이전 실력에 비하면 좋은 결과였다. 드라이버샷은 200~220m 정도 보냈다. '오늘 인생스코어 찍나?'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러자 후반 초반부터 "입방정은 필패(必敗)", "핸디는 과학"이란 골프장 격언들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기 시작했다. 10~12번(후반 1~3번)홀보기, 더블보기, 보기에 이어 13번 홀에선 트리플보기까지 범하며 진짜 실력을 '입증'했다.
아토맥스 등판…공만 비싸고 좋으면 뭐 하나
분위기도 반전시킬 겸, 계획대로 후반 다섯 번째 홀인 14번 홀(파4)에서 아토맥스를 꺼냈다. 적당한 전장(330m)에 뒷바람, 그리고 넓은 페어웨이까지. 모두를 놀라게 할 조건들은 충분히 갖춰졌다. '한 240m 정도 날아가려나?' 기대를 가지고 힘차게 휘두른 회심의 드라이버샷은 그러나 제대로 빗맞아 약 40m 왼쪽 전방 모래밭(벙커)에 처박혔다. "하나 더 치고 가실게요~" 캐디님의 배려와, "비싼 공 친다고 너무 힘 들어간 거 아니냐"던 동반자들의 실소 사이에서 로스트볼을 다시 꺼내 첫 '멀리건(무벌타 샷)' 플레이로 파를 기록했다.
모래밭에서 주워 온 아토맥스를 다시 꺼낸 15번 홀(파3). 이곳에선 '뜻밖의 효능'이 보였다. 거리측정기에 찍힌 핀까지의 거리는 약 135m. 바람이 거의 없어 평소라면 8번 아이언과 9번 아이언을 놓고 고민했을 홀이었지만, 비거리가 많이 나간다는 아토맥스를 써 보려 하니 고민 없이 9번 아이언을 잡게 됐다. 효능은 그러나 골프채를 휘두르기 전까지만 유효했다. 아토맥스를 잃어버리면 안 된단 부담감 탓인지 또 어깨에 힘이 들어가 공보다 땅을 먼저 쳤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떨어진 공의 위치는 약 30m 전방. 아토맥스 최단 비거리 기록을 또 경신한 것이다. 다행히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보기를 기록했다..
드디어 맛본 정타의 짜릿함… 그래 이 맛이야!
"굿 샷~!" 모든 동반자들이 고대하던 첫 '아토맥스 정타'의 손맛을 경험한 건 후반에서 가장 긴 홀(약 470m)인 16번 홀(파5)이었다. 드라이버에 정타로 맞은 공은 쭉 뻗었다. 손맛부터 달랐다. 높은 탄도로 날아간 공은 페어웨이에 튄 뒤 더 굴러 왼쪽 러프를 향했다. 동료의 박수는 받았지만, 캐디님 얼굴은 썩 좋지 않다. "230m는 넘겼는데 너무 컸어요~." 다음 샷은 험난할 거란 얘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굳은 어깨와 허리로 러프에 푹 박힌 공을 빼려다 실수를 반복했고, 퍼트마저도 길어 트리플보기를 기록했다.
드넓은 연못(워터헤저드)이 눈앞에 펼쳐진 17번 홀(파4)에선 아토맥스를 지키기 위해 다시 로스트볼을 꺼내 플레이한 후 파를 기록했다. 프로라면 오구 플레이로 실격 처리 됐겠지만, 이 순간 만큼은 공을 지키는게 우선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진 탓인지, 희한하게도 로스트볼만 꺼내면 일관성 있는 샷이 유지됐다. 마지막 18번 홀에선 다시 아토맥스를 꺼내 호쾌한 비거리를 맛봤다. 페어웨이에선 평소 150m 안팎을 보내던 7번 아이언으로 160m 이상 날려 위력을 체감했다. 그러나 스코어는 더블보기.
요물덩어리 아토맥스…"결론은, 고수들에게만 추천"
결과적으로 기준 타수(72타)보다 22타 오버한 94타를 기록했다. 아토맥스를 사용한 3홀(14·16·18번 홀)에선 기준 타수보다 평균 2타를 더 쳤고, 로스트볼을 사용한 나머지 15개 홀에선 평균 한 타 정도 더 쳤다.
아토맥스 체험 후 내린 결론은 '골프 고수들에게만 추천'이다. ①왕년의 비거리를 되찾고 싶으면서 ②아토맥스를 꾸준히 사용해 일관성을 갖출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③공을 잘 잃어버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분들께 적합한 상품으로 보인다. 3피스 골프공(코어·멘틀·커버로 구성)의 맨틀층에 탄성과 경도가 뛰어나고 부식과 마모에도 강한 '아토메탈' 소재를 활용해 탄성과 반발력을 높였다는 코오롱의 설명은 이날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호쾌한 장타력을 뽐내고 싶은 20~30대 새내기 골퍼들에겐 이날의 오답노트를 먼저 공유하고 싶다. ①로스트볼을 사용했을 때 200~220m의 비거리를 내 충분히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반면 ②되레 값비싼 아토맥스를 꺼냈다가 커진 부담감에 샷의 일관성도 망가졌으며 ③공이 깊은 러프에 빠졌을 땐 '꼭 공을 찾아 내겠다'는 의지 때문에 플레이 시간이 늦어졌다. 기회가 될 때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건 좋지만, 꾸준히 사용하겠단 마음을 가질 상품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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