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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만조 겹쳐 물바다 된 '철의 도시' 포항…철강업계 최악 위기 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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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만조 겹쳐 물바다 된 '철의 도시' 포항…철강업계 최악 위기 닥쳤다

입력
2022.09.06 18:00
수정
2022.09.06 22: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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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 운영 중단
현대제철 포항공장 일대 대부분 침수


6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인명구조를 위해 출동한 해병대. 독자 제공

6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인명구조를 위해 출동한 해병대. 독자 제공


'철의 도시'가 멈췄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까지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포항공장이 위치한 경북 포항시 남구 일대를 무자비하게 할퀴면서다. 고로(용광로)를 비롯한 생산 시설을 멈춘 상황에 설비자동제어장치(PLC) 등 핵심 장비 파손 우려까지 나오면서, 철강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끼칠 후폭풍 또한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와 현대제철 공장 시설 대부분이 침수와 화재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 오전까지 포항 일대에 내린 폭우로 형산강 물이 불어난 가운데, 동해 물이 최대치로 차는 만조(영일만항 기준 오전 10시 6분) 시기가 겹치면서 해안가에 위치한 철강단지가 사실상 모두 잠겼다.

설상가상으로 포항제철소에선 고압 전력이 투입되는 제2열연공장 전기실 화재까지 겹쳤다. 포스코 관계자는 "여의도 3배 면적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일대가 대부분 잠겨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도 꽤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참담해했다.



재난상황실, "자택 대기하라" 직원들에게 전체문자



포스코 자연재난상황실이 6일 직원들에게 보낸 공지. 독자 제공

포스코 자연재난상황실이 6일 직원들에게 보낸 공지. 독자 제공


포스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사내 자연재난 상황실은 전 직원과 협력사 관계자들에게 정상 출근이 불가한 상황을 전하면서, 별도 연락이 있을 때까지 자택 대기 지침을 내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출근한 야간 근무조 직원 가운데 29명이 대피하지 못해 건물 내에 고립되는 등 인명 피해 위험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현장엔 오전부터 사람 키가 잠길 정도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포항제철소와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현대제철 측은 전날 태풍 피해에 대비해 작업중지를 결정하고 침수와 전기기구 감전 위험에 대한 점검을 마쳤지만, 불어난 물로 공장이 아예 잠기는 사태까진 대비하지 못했다. 포항공장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철소 일대 시설물과 기계는 물론 통근버스를 비롯한 업무용 차량 대부분이 잠겨 당분간 정상 업무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날 입은 피해가 언제쯤 복구될지 가늠조차 어렵단 점이다. 포항제철소에서 가동 중이던 고로 3개가 휴풍(가동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이 중단된 고로가 다시 정상화 되는 데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해 규모 또한 덩달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고객사들 '촉각'…안일한 대비도 눈총

6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 주차된 통근차량이 침수돼 있다. 독자 제공

6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 주차된 통근차량이 침수돼 있다. 독자 제공


포스코 고객사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제철사들은 고객사들에게 주문을 받아 철강재를 생산하는데, 고로 휴풍 및 설비 재점검에 따른 제품 투입과 생산, 출하 지연도 피할 수 없게 되면서다. 조선용 후판, 차량용 강판 생산이 미뤄질 경우 장기적으로 선박 납기일 및 신차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수출 비중 또한 높아 국내 산업계 전반의 피해 규모도 덩달아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6일 경북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에서 잡힌 잉어. 독자 제공

6일 경북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에서 잡힌 잉어. 독자 제공


철강업계가 침수 대비에 안일했단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 관계자는 "침수와 전기실 화재 발생도 문제지만 PLC 시스템 파손이 심각해질 경우 공장이 당장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워진다"며 핵심 시설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했던 점을 꼬집었다.

한 포항지역 관계자 역시 "제철소 일대 지대는 해수면보다 낮은 곳도 많다"며 "내부에 차량이나 컨테이너 시설 등이 그대로 잠겨 있는 모습만으로도 대비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철강 제조업이 국가 기간 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폭우와 만조가 겹치는 최악 상황도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측은 "조속한 설비 복구 및 고객사 피해 방지를 위해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며, 복구 상황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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