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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직격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주민 8명 실종·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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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직격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주민 8명 실종·사망

입력
2022.09.06 20:00
수정
2022.09.06 20:43
1면
0 0

차량 대피방송에 주차장 내려갔다가
인접 하천 범람으로 순식간에 물에 잠겨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모습. 독자 제공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모습. 독자 제공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 8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주민들은 6일 오전 폭우로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오르자 차량을 밖으로 이동시키던 중 하천 범람으로 주차장이 침수되는 바람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주차장은 흙탕물과 토사가 쌓여 잠수부 투입이 불가능한 데다 주차장에 들어찬 물이 워낙 많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와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1분쯤 포항시 남구 인덕동 W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차량을 빼러 내려간 주민 7명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니 차량을 이동하라”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에 따라 차량을 옮기던 중이었다. 당시 일대에는 1시간에 1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포항의 누적 강수량은 360㎜가 넘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안내 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이미 계단 등으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며 "차를 빼려고 하는데 출구 쪽에서 갑자기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밀려와 차는 버리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6시 20분 이전에 지하주차장으로 물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흙탕물은 아니었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관리사무소에선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주민들에게 차량 대피 안내방송을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오전 6시 55분쯤에는 지상주차장에도 흙탕물이 어른 허벅지 높이까지 차올랐다.

아파트 옆으로는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냉천이 나란히 흐르고 있다. 냉천은 오천읍 남쪽 임야 지대의 물이 모여 영일만으로 흐르는 소하천이다.

구조본부에선 소방 경찰 공무원 해병대 등 68명의 인력과 장비 20대를 동원해 배수와 구조 작업에 나섰다. 일반 펌프는 배수용량이 작아 울진 산불 진화 때 사용된 대용량 방수포와 포항시청의 대형 배수차량 4대도 동원됐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에 가득 찬 물이 2만 톤에 달해 배수작업에 시간이 걸렸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에 들이찬 물이 워낙 많아 배수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물이 허리 정도까지 내려가면 구조대를 투입해 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46분쯤에는 W아파트에서 남쪽으로 400m가량 떨어진 S아파트에서도 60대 주민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9구조대는 이날 오후 3시 35분쯤 실종 여성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이 여성은 이날 아침 힌남노 내습에 따른 집중호우로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오르자 차량을 이동하던 중 소식이 끊겼다.

이날 포항에선 지자체의 대피 안내에 따라 몸을 피하던 70대 여성이 실족해 숨졌다. 경주에선 80대 여성이 집 안으로 밀려온 토사에 매몰돼 숨지는 등 포항·경주에서 모두 11명이 실종되거나 숨졌다.

6일 오전 6시 24분쯤 경북 포항시 인덕동 W아파트 지하로 맑은 물이 쏟아지더니(왼쪽) 잠시 후 하천이 범람, 30분 만에 지상주차장까지 흙탕물로 가득 찼다. 주민 제공

6일 오전 6시 24분쯤 경북 포항시 인덕동 W아파트 지하로 맑은 물이 쏟아지더니(왼쪽) 잠시 후 하천이 범람, 30분 만에 지상주차장까지 흙탕물로 가득 찼다. 주민 제공


포항= 정광진 기자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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