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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태풍' 힌남노, 140분만에 빠져나갔지만 역대 세 번째로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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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태풍' 힌남노, 140분만에 빠져나갔지만 역대 세 번째로 강했다

입력
2022.09.06 18:52
수정
2022.09.06 19:11
2면
0 0

힌남노, 거제-부산-울산 거쳐 동해상으로
경로 남쪽으로 치우치며 체류시간 짧아져
중심기압 역대 3위, 최대풍속 역대 8위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에서 80대 부부가 침수된 집을 바라보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에서 80대 부부가 침수된 집을 바라보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지나 경남 거제시에 상륙한 지 2시간여 만에 주변 해안 도시를 할퀴고 육지를 빠져나갔다. 상륙 당시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우리나라로 찾아온 태풍 중 역대 3위에 해당될 만큼 강했고,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 제주, 부산 등에는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했다.

'힌남노'가 남긴 기록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위성영상. 기상청 제공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위성영상. 기상청 제공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0시쯤 제주 성산포 동쪽 40㎞ 해상을 지나며 제주도에 최근접했고, 오전 4시 50분쯤 경남 거제시에 상륙, 7시 10분에는 경남 울산시를 통과해 동해로 진출했다.

거제 상륙 당시 힌남노의 중심기압은 955.9hPa(헥토파스칼)로, 1959년 '사라'(951.5hPa), 2003년 '매미'(954hPa)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낮았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져 위력이 세진다.

힌남노의 10분평균풍속은 초속 37.4m를 기록하며 역대 8위에 올랐다. 순간최대풍속도 제주 백록담에서 초속 43.7m, 경남 통영시 매물도에서 초속 43.1m가 관측됐다.

태풍 자체가 가진 수증기가 많았던 만큼 강수량도 엄청났다. 태풍 영향을 받기 시작한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제주도 윗새오름에는 누적 1,184.5㎜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포항에는 오늘 하루 342.4㎜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1998년 '야니' 때 내린 516.4㎜에 이어 태풍으로 인한 포항 지역 강수량 역대 2위에 해당하는 폭우였다. 특히 포항 구룡포에는 이날 오전 6~7시 사이에만 110.5㎜의 강한 비가 쏟아졌다. 비슷한 시간 경주시(토함산)의 1시간 강수량도 95㎜에 달했다.

2시간 20분간의 '짧은 방문'이 피해 줄였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6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 인근 경주시 율동이 침수돼 20여 가구를 비롯해 과수원과 비닐하우스 등이 물에 잠긴 가운데 불어난 물에 놀라 지붕 위로 대피한 개 한 마리가 떨고 있다. 경주=뉴스1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6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 요금소 인근 경주시 율동이 침수돼 20여 가구를 비롯해 과수원과 비닐하우스 등이 물에 잠긴 가운데 불어난 물에 놀라 지붕 위로 대피한 개 한 마리가 떨고 있다. 경주=뉴스1

이처럼 태풍 자체는 매우 강했지만, 과거 태풍들에 비해 육지에 체류한 시간은 2시간 20분으로 짧았다. 기존 예상 경로(통영~포항)보다 다소 남쪽 경로로 이동하면서 전국이 빠르게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통상 태풍이 오래 머물수록 강풍과 호우 피해가 심하다. 역대 재산피해 1위를 기록한 2002년 '루사'의 경우 전남 고흥군에 상륙해 우리나라를 관통하면서 무려 21시간이나 체류한 뒤 강원 속초시로 빠져나갔고, 2003년 '매미'도 경남 사천시 부근 해안으로 상륙해 경북 울진군을 통해 나갈 때까지 육지에 약 7시간 머물면서 기록적인 피해를 남겼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경로. 기상청 제공

제11호 태풍 힌남노 경로. 기상청 제공

힌남노는 경로와 강도 면에서 독특한 모습을 보였다. 열대저압부에서 태풍으로 발전한 후 곧장 북상하지 않고 북태평양고기압에 밀려 오히려 서남쪽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열대저압부 등을 잡아먹으며 '초강력' 수준으로 세력을 급격히 키웠다.

이후 한자리에서 체류하며 잠시 힘을 잃었던 힌남노는 방향전환을 거쳐 우리나라 쪽으로 다가오면서 되레 강해졌다. 특히 북위 30도 선을 넘은 뒤에도 오히려 힘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힌남노 수준의 거대 규모 태풍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힌남노는 상륙 전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섞이면서 다소 강도가 낮아지긴 했으나, 이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태풍의 뜨거운 공기와 맞부딪힌 포항·경주 부근에서는 기록적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힌남노로 인해 중부지방에 오는 1년치 비가 한 번에 제주도에 쏟아졌고, 해상 물결도 '매미' 때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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