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차 빼러 갔는데 날벼락"... 포항 실종 7명 가족들 망연자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차 빼러 갔는데 날벼락"... 포항 실종 7명 가족들 망연자실

입력
2022.09.06 19:40
3면
0 0

오전 6시 전후 안내방송, 7시 직전 실종된 듯
차량이동 운전자 "물이 콸콸 들어와 긴급 이동"
아파트 입주민들 "너무 무섭다. 다들 살아오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우방신세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7명을 찾기 위해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항=서재훈 기자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우방신세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7명을 찾기 위해 배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포항=서재훈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입주민 7명이 실종된 경북 포항시 남구 W아파트 주민들은 6일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실종된 지 12시간이 넘었는데도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빼러간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가족들과 입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주민들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6시를 전후해 "태풍으로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고 있으니 차량을 대피하라"는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주차장에 들어갔다가 '무사히' 빠져나온 주민과 실종된 주민들의 운명을 가른 시각은 오전 7시 직전으로 추정된다.

이날 오전 6시 35분쯤 무사히 차량을 대피시킨 입주민 A씨는 "오전 6시 25분쯤 아파트 1층에서 지하주차장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물이 콸콸 빨려들어가고 철문까지 찌그러져 있는 것을 보고 주차된 차량을 바깥으로 이동시켰다"며 "당시만 해도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은 몇 대 없었다"고 아찔한 순간을 전했다.

20년째 W아파트에서 살았다는 60대 B씨도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그는 "오전 6시쯤 안내방송을 듣고 지상주차장에 있던 차량을 이동시켜 200m 떨어진 길가에 세워놓고 한걸음씩 겨우 옮겨가면서 아파트로 돌아왔더니 지상주차장마저 물이 가득 차 있었고, 차량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아수라장이 돼있었다"며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고 몸서리를 쳤다.

주민들은 이날 주차장 침수 사고가 아파트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7년째 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70대 C씨는 "사고 당시 창밖을 보니 물이 갑자기 차오르는 게 눈에 확연히 보여 빗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하천 상류 쪽 아파트에 사는 친구도 냉천 물이 넘쳐 아파트를 덮쳤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순식간에 이런 일이 발생하니 너무 무섭다"며 "실종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W아파트는 하천에서 범람한 물로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작동이 중단됐고, 계단도 진흙투성이였다. 주민들은 맨발이나 슬리퍼를 신은 채 하루 종일 지하주차장 인근을 서성거렸다. 아파트 인근 주택가에서도 마당에 가득 찬 물로 차량 문을 열지 못하던 주민이 가족에게 전화해 겨우 탈출하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소방당국의 실종사고 상황판을 보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하주차장 내 차량 이동을 위한 안내방송이 나간 후 연락두절로 실종자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적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아파트 노인회 관계자는 "하천 범람이 사고 원인인데, 안내방송 때문에 사고가 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밝혔다. 결국 상황판의 실종 원인은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피해'로 수정됐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들은 "지하주차장에 물이 찼으면 내려가지 말라고 알려줘야지, 왜 차량을 이동하라고 방송했느냐"며 관리사무소 측을 원망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날 지하주차장의 배수 작업을 지켜보면서 시종일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한 주민은 "비슷한 시간에 지하주차장에 내려간 주민들 가운데 누구는 집으로 돌아오고, 누구는 실종자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다들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손을 모았다.




포항= 김정혜 기자
포항= 류수현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