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평면 대신 문화 접목한 모델하우스 바람
오감 자극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드파인 갤러리'. 건설회사 SK에코플랜트의 아파트 브랜드 '드파인'을 체험할 수 있는 갤러리형 모델하우스(견본 주택)인 이곳은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파트 구경 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메인 공간에선 풍성한 조경과 미디어 아트를 감상할 수 있고, 라운지에서는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에 앉아 쉴 수 있다. 한쪽에 마련된 티 바에선 차와 다과가 제공되는 티 오마카세(맡김차림)를 즐길 수도 있다. 이 모든 체험이 무료이지만, 시간대별로 미리 예약한 10여 명 내외 소수 인원만 입장할 수 있어 '클릭' 경쟁이 필수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 등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다양한 연령대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갤러리'로 이름표를 단 이색 모델하우스가 잇따라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분양이 있을 때만 가건물을 세워 아파트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단순한 모델하우스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엔 자연과 예술을 녹여내 오감을 자극하는 문화공간으로 진화한 모습이다.
군산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 '경남아너스빌' 모델하우스는 핀란드의 국민 건축가 '알바알토(Alvar Aalto)'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건축과 주거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마련된 전시로 아파트 구매자뿐 아니라 건축 애호가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전시장에서는 알바알토 특유의 모던한 디자인을 사진과 가구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도 높은 천장과 절제된 곡선 표현 등 알바알토의 디자인 영감을 담은 공간으로 구성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남아너스빌은 용인, 양주 등에 조성한 모델하우스에 각각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등 건축 거장들의 전시를 열어 유명해졌다.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아파트의 원형을 제시한 건축계의 거장으로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린다. 미스 반 데어 로에 역시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근대 건축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업체는 모델하우스 입구에 마련된 아트월에 건축가의 작품 사진을 전시하거나 공간 일부를 건축가가 디자인한 가구와 소품 등으로 꾸미는 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아파트는 천편일률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건축의 본질에 충실한 아름다움과 품격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상한 것"이라며 "전문가에 맡겨 설계 당시부터 해당 건축가의 디자인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DL이앤씨도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아크로(ACRO)' 모델하우스인 '아크로 갤러리'를 열었다. 일반적인 모델하우스와 달리 공간의 대부분을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전시공간과 체험 존으로 채우고,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도슨트 형식의 소그룹 투어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후 유명 미술작품과 가구가 전시된 '컬렉터의 집', 주거 공간 관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드림하우스'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을 차례로 선보이며 시선을 모았다.
업계에선 조경, 전시, 가구 등 아파트 분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콘텐츠를 접목한 이색 모델하우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선택할 때 브랜드의 개성과 이미지를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라며 "잠재 고객인 20~30대 사이에서 'SNS 인증'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갤러리형, 체험형 모델하우스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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