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지난해 6월 평동준공업지역 도시개발사업(139만5,553㎡·42만여 평)을 중도 포기한 뒤 사업 참여 제안업체로부터 '뒤끝 소송'을 당했다가 결국 패소했다. 광주시가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사업 수행 능력에 의문을 달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한 게 화근이었다. 법원은 "광주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줬다. 이를 두고 "광주시의 섣부른 정책 판단과 결정이 화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지법 행정1부(부장 박현)는 1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참여업체 중 6개 업체가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우선협상대상자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본안 소송에 앞서 지난해 9월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낸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광주시 처분이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지난해 3월 "평동준공업지역을 한류문화콘텐츠 거점으로 만들겠다"며 공모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사업을 둘러싸고 "한류문화콘텐츠산업을 빙자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 사업"(참여자치21)이라는 비판과 논란이 끊이지 않자, 광주시는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과 협상을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지역 전략 산업으로 제시한 한류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광주시는 이에 따라 후속 조치로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1조8,098억 원을 투입, 대규모 공연장과 촬영스튜디오 등 한류문화콘텐츠시설(연면적 20만여㎡)을 지어 광주시에 기부채납하고 아파트 8,683가구도 공급한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업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업체들은 소장에서 "광주시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을 요구하고, 협상 기간 내에 이행할 수 없는 협상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컨소시엄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광주시는 지난해 4월 26일 11개 협상안을 이 컨소시엄에 제시하며 사흘 뒤인 29일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업 협약 체결 기간 만료를 불과 1주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컨소시엄 측은 "광주시의 협상안이 사업 구조를 해치는 것으로 공모지침에 반한다"고 반발했지만 광주시는 한 차례 협상 기간(30일)을 연장했다가 협상 결렬을 내세워 같은 해 6월 30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했다. 컨소시엄 측은 "광주시가 시민단체 비판과 민원 등에 떠밀려 사업을 무효화하려는 시도였다"고 비판했다. 이용섭 당시 광주시장이 공모지침에도 없는 3대 요건을 제시하며 이게 충족되지 않으면 사업을 끝내겠다고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이 전 시장은 "이 사업이 광주시 발전과 시민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한류문화콘텐츠 거점 조성이라는 사업 목적에 맞게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사업 참여 보증이 되지 않는 경우, 수익사업으로 추진 중인 아파트 개발 규모가 시민들이 공감할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으면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광주시의 패소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 안팎에선 "광주시가 대형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정책 방향 설정을 놓고 어설픈 판단과 결정으로 혼선을 빚으면서 광주시정 신뢰도 추락을 자초하고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광주시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등 대응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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