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초 입주 예상, 주민 반응은 제각각
"대통령 동네 환영" vs "집회 시위 메카 우려"
서울의소리는 "관저 주변 집회 배제 안해"
국방부 '군사시설 제한보호구역 지정'
"그렇게 반갑지 않아요. 경호를 이유로 주민들을 감시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39세 황모씨)
"어쨌든 이곳이 '대통령 동네'가 되는 거잖아요. 자랑스러운 일이죠."(65세 허모씨)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한남동 관저 입주가 임박했다.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해온 윤 대통령은 이달 초 새 관저인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옮긴다. 현직 대통령을 이웃으로 맞이하게 된 한남동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3040 세대에선 탐탁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고령층은 동네가 유명해지고 안전해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31일 오후 찾은 윤 대통령 새 관저 주변은 담장 보수 작업 등 마무리 공사로 분주했다. 인부를 태운 차량들이 수시로 관저 안팎을 오갔고, 사복 차림의 경호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몇몇 시민들은 신기한 듯 관저 입구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관저 인근 빌라에 산다는 이모(48)씨는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큰 감흥은 없다"며,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이곳은 원래부터 차량 통행이 많아 출퇴근길에 잠시라도 교통이 통제되면 한남대교부터 남산1호터널까지 주차장처럼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30대 주민 김모씨도 "주민들이 환영식이랍시고 행사 같은 건 절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한남동 입주를 환영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허모(65)씨는 "대통령이 같은 동네 주민인데 한 번씩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흐뭇해했다. 70대 권모씨 역시 "현직 대통령이 오게 되면 한남동의 위상이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한남동이 새로운 시위 중심지로 자리매김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로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서 윤 대통령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진보 성향 유튜브 '서울의소리'는 추석 이후에는 용산으로 옮겨 시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울의소리는 관저에서 3km 떨어진 삼각지 파출소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관저 부근 시위도 고려하고 있다. 백은종 대표는 "관저 주변엔 집회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면서도 "대통령 출퇴근 경로에서 집회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학부모 이모(47)씨는 "집회 시위를 하게 되면,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경찰이 더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행 집시법 11조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집시법 8조는 주거지역 등의 집회 시위로 사생활이나 학습권 침해 우려가 있으면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때문에 관저 주변에서 대규모 집회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국방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방부는 '원활한 경계·경호 작전 수행'을 이유로 31일 0시부터 한남동 일대 13만6,603㎡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상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관저 울타리 내부 촬영이나 묘사, 녹취, 측량 등이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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