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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밥알 넣은 아이스크림, 막걸리·뻥튀기도 아닌 젤라또 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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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밥알 넣은 아이스크림, 막걸리·뻥튀기도 아닌 젤라또 택한 이유는…"

입력
2022.09.20 15:00
수정
2022.09.20 18: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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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크림 등 이색 마케팅 기획자들
장수브랜드 햇반 이미지 어떻게 살릴지 고민
"라이스크림, 밥알 식감 살리려 애썼다"

햇반 라이스크림 영상 이미지. CJ제일제당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햇반 라이스크림 영상 이미지. CJ제일제당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명문 '쌀창고'에 다니는 고등학생 '쌀알이'. 1교시 도정, 2교시 불리기, 3교시 뜸들이기까지 햇반이 되기 위해 혹독한 교육 과정을 밟으면서도 마음 한편은 늘 공허하다. 쌀알이는 밥이 아닌 아이스크림이 되고 싶다. 결국 그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부해 냉동고로 전학을 간다. 유별나다는 사람들의 시선에 쌀알이는 이렇게 외친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쌀알이의 도전기는 2월 CJ제일제당이 한정판 제품 '햇반 라이스크림'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홍보영상이다. 전통적인 진로가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공감을 얻으며 20일 기준 조회 수 약 32만 건을 달성했다.

최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만난 양진웅(36)·윤지원(35) 기획자는 "제품을 대놓고 드러내기보다는 '햇반이 왜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는지' 궁금증을 갖게 하려 했다"며 "MZ세대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햇반을 더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막걸리도, 뻥튀기도 아닌 아이스크림…왜?

CJ제일제당이 올 2월부터 200만 개 한정 판매한 햇반 라이스크림.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이 올 2월부터 200만 개 한정 판매한 햇반 라이스크림. CJ제일제당 제공


첫 출시 후 스물일곱 청년이 된 햇반은 올해 누적 매출액 5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자 식문화에 맞춰 꾸준히 새 제품을 발굴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장수의 비결로 꼽힌다. 소비자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브랜딩 전략을 세우고 햇반의 이미지를 신선하게 만드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대표작인 라이스크림은 1차 생산분 70만 개가 한 달 만에 다 팔려 판매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해 말 '햇반을 좀 더 재밌는 식품으로 변신시켜보자'는 목표로 이들은 먼저 쌀과 결합해 신제품으로 만들어 볼 만한 협업 상품을 찾았다. 막걸리, 뻥튀기, 한과 등 여러 후보군 가운데 택한 건 MZ세대가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아이스크림은 "유행을 타지 않고 누구나 좋아하면서도 쌀과 접목했을 때 독특함을 느끼게 하는 개성 만점 식품"(양 기획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미를 살리기 위해 패키지는 햇반과 비슷한 용기를 썼다. 햇반으로 착각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햇반 포장재에 그려진 전자렌지 표시는 냉동보관 표시로 바꿔 '데우지 마시오'라는 재치 있는 문구도 넣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밥알의 식감은 그대로 살렸다. 석 달 가까이 한식연구소로부터 밥 식감 관련 조언을 얻고, 공장까지 찾아가 여러 아이스크림과 짝을 맞춰가며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 특히 아이스크림에서 씹히는 밥알이 부담스럽지 않게 식감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윤 기획자는 "밥알에 어울리도록 쫀득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파트너로 골랐고, 밥알도 더 쫄깃하게 느껴지도록 수차례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특히 '밥 가지고 장난친다' 같은 좋지 않은 여론이 생길까 봐 영상 콘티도 열 번 넘게 고치며 꼼꼼히 살폈다는 후문이다. 양 기획자는 "B급 유머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괜히 내용을 과장하려다 도리어 피로감만 줄 수 있다"며 "영상이 길면 지루할 수 있어 스토리를 통째로 들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쌀알이 캐릭터를 전신 인형 의상으로 표현하려다 모자로 바꾸고, 학교 선생님과 쌀알이 아빠의 개별 스토리를 삭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대 벽화에 솥밥이?…기발한 발상에 숨어있는 전략

최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만난 양진웅(36)·윤지원(35) 기획자가 햇반을 소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최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만난 양진웅(36)·윤지원(35) 기획자가 햇반을 소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라이스크림 외에도 발상을 전환한 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고대부터 햇반이 존재해왔다는 설정으로 솥밥의 역사와 기술력을 풀어낸 페이크다큐 '히스토리 오브 솥'(History of sot), 배우 나문희와 함께 '햇반 컵반'을 통해 추리 미션을 풀어가는 형식의 '명탐정 컵반즈' 등이 기발한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5월 선보인 명탐정 컵반즈는 영상을 공개한 한 달 동안 편의점의 햇반컵반 매출을 전년 대비 20%가량 끌어올렸다.

그저 기발한 아이디어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즉석 영양 솥밥인 '햇반솥반'은 햇반 같은 맨밥도 아니고, 한 끼 대신 먹는 컵밥도 아닌 중간 단계에서 '영양'과 '솥밥'이라는 키워드를 살려 브랜드를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했다.

윤 기획자는 "장수 브랜드로서 햇반이 특정 메시지를 던지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핵심 상품이기 때문에 전략 수립 때부터 꽤나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반응이 좋았던 라이스크림의 세계관을 살려 후속작을 만들 계획이다. 양 기획자는 "라이스크림에서 선보인 스토리를 응용해 빅사이즈 컵반을 다루려 한다"며 "영상에서 나아가 스토리를 오프라인 매장(팝업스토어)에도 적용해 재미있는 캠페인도 개발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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