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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 꿈꾼 고교동창…현장에 남긴 ‘마스크’ 때문에 21년 만에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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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 꿈꾼 고교동창…현장에 남긴 ‘마스크’ 때문에 21년 만에 덜미

입력
2022.08.31 04:30
수정
2022.08.31 13:3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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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5,000여명 용의선상에 없어
차량 도주 등 치밀하게 사전 계획 세워
게임장에 남긴 담배꽁초서 유전자 정보
공범 이승만은 범죄 저지른 대전서 검거
대전청 장기미제팀, 5년간 수사 끝 성과

21년 전 대전 둔산동에서 발생한 은행강도살인 사건은 ‘한탕’을 노린 고교동창생들의 범죄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 5,000여 명에 이르는 용의자 선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들은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현장에 남긴 마스크와 손수건에 덜미가 잡혔다. 사건 이듬해 엉뚱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지목해 체면을 구긴 경찰도 2017년부터 5년간 끈질긴 수사 끝에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대전청, 3월에 범인 특정해 25일 검거

2001년 대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 이정학(위)과 이승만(아래)의 당시 몽타주 사진과 현재 모습 비교. 대전경찰청 제공

2001년 대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 이정학(위)과 이승만(아래)의 당시 몽타주 사진과 현재 모습 비교. 대전경찰청 제공

대전경찰청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2001년 대전 둔산동에서 발생한 경찰관 총기탈취 및 은행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이승만(52)과 이정학(51)을 각각 대전과 강원 정선에서 25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해 이들의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차량 내부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손수건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사건 해결의 단초가 됐다. 2017년 10월 대전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에게 마스크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유전자가 2015년 충북 소재 불법게임장 담배꽁초에서 검출됐다는 통보가 온 것이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발견된 손수건에 대한 감식을 의뢰했고, 역시 같은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때부터 미제사건 전담팀의 기약 없는 수사가 시작됐다. 전담팀은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종업원 등 1만5,000명을 추리고, 범행 연관성 조사에 들어갔다. 전담팀은 5년 간의 수사 끝에 지난 3월 이정학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고, 과거 행적 등 보강 수사를 통해 지난 25일 대전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이정학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공범인 이승만도 강원 정선에서 붙잡았다.

차량으로 경찰 치고 총기 탈취

백기동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대전경찰청에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검거 관련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 뉴스1

백기동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대전경찰청에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검거 관련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 뉴스1

이들은 대구의 한 고교 동창으로, 21년간 꼬리가 잡히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범행계획을 세웠다.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사건 발생 두 달 전인 2001년 10월 15일 밤 대전 대덕구 송촌동(현 비래동) 골목길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치고 탈취했다. 사건 20일 전인 같은 해 12월 1일에는 경기 수원 영통에서 범행에 이용한 그랜저XG 차량을 훔쳤다. 현금출납 차량의 출입시간까지 사전에 파악했고, 그랜저XG에서 갈아탈 차량까지 준비해 3억 원을 훔쳐 달아났다. 범행 과정에서 이들은 저항하던 은행 출납과장 김모(사망 당시 45세)씨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하면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2015년 이후에도 수사가 가능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정학은 “이승만이 모든 범행을 주도했다”며 “권총도 이승만이 쐈고 범행 뒤에 바다에 버렸다는 말도 들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승만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훔친 3억 원 중 이정학이 9,000만 원, 이승만이 2억1,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범행 이후 연락을 끊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21년 만에 경찰도 명예회복

경찰도 희대의 살인강도범을 검거함으로써 21년 만에 명예회복이 가능해졌다. 경찰은 사건 직후 2,000만 원의 현상금과 수배전단 13만 장을 뿌리며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2002년 8월에는 20대 3명을 사건 용의자로 검거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들이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하고, 법원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면서 비난만 자초했다.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들은 올해 3월 신원이 특정되기 전까지 용의선상에 한 번도 안 올라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범인들의 얼굴은 당시 몽타주와 상당히 유사했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 가능성과 추가 공범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백 과장은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현금수송차량 탈취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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