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기존 NDC와 비교해 재생에너지 비중 8.7%P↓
환경단체들 "수용성 핑계 삼을 일 아냐" 반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실 상황 고려해야" 목소리도
윤석열 정부가 처음 내놓은 국가 중장기 에너지원 계획표라 할 수 있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기존 30%대에서 20%대로 떨어지자 "세계적 추세를 역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가 30일 공개한 '제10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원전 32.8%, 석탄 21.2%, 재생에너지 21.5% 등으로 정해졌다.
정부가 지난해 말 수립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서 각 전원별 발전 비중을 원전 23.9%, 석탄 21.8%, 재생에너지 30.2% 등으로 목표한 것과 비교할 때 ①원전 비중은 8.9%포인트 늘어난 반면, ②재생에너지 비중은 8.7%포인트 줄었다. 위원회 측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지나치게 무책임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수용성 핑계를 대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춘다는 건 정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며 "수용성 문제는 노력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핑계 삼을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탄소국경세·RE100 등 풀어야 할 재생에너지 숙제 많은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는 탄소중립이라는 환경 이슈에 머물지 않고 경제·산업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데 정부가 이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유럽연합(EU)만 해도 2026년부터 탄소배출 규제 강도가 약한 국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수입할 때 탄소국경세를 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국내 수출 기업들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쓰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1개 기업은 이미 RE100을 달성했고, 가입사들의 평균 달성률은 45%에 달한다. 이들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22개 기업이 RE100에 합류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워낙 적어 목표 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축소는 기후위기 대응과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너지 가격 급등 같은 현실 상황도 고려해야"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탄소중립을 최상위 가치에 두고 에너지 계획을 세웠지만 전쟁 이후론 탄소중립보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먼저라는 기류가 세졌다"며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10차 전기본 총괄분과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도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짧은 시간에 크게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를 설정했다가 달성하지 못하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목표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RE100 이행을 위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해외로 떠난다 해도 그것 때문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기엔 비용도 많이 들고 갈등도 커질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아 손해 보는 부분도 있겠지만 비중을 키우기 어려운 현실적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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