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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1호 선수' 벨란겔... "조직력 우선하는 한국농구 위해 전술훈련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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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1호 선수' 벨란겔... "조직력 우선하는 한국농구 위해 전술훈련 매진"

입력
2022.08.31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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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술 위주 필리핀 농구와 달라
유도훈 감독·이대성에게 많이 배워
미들슛 보강·미스매치 대비 위해 구슬땀
"시즌 중에도 팀 분위기 좋으면 우승 가능"

한국 프로농구 1호 필리핀 선수 대구 한국가스공사 샘조세프 벨란겔이 8월 25일 경기 수원 KT빅토리움에서 가진 수원 KT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드리블로 몸을 풀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국 프로농구 1호 필리핀 선수 대구 한국가스공사 샘조세프 벨란겔이 8월 25일 경기 수원 KT빅토리움에서 가진 수원 KT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드리블로 몸을 풀고 있다. 고영권 기자

“대구 한국가스공사 훈련이 한국 프로팀 중에서 제일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끝까지 도전하는 성격인데 스스로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프로농구(KBL) ‘1호 필리핀 선수’인 샘조세프 벨란겔(23·대구 한국가스공사)은 소속팀의 첫 인상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농구 외적인 생활에 대해서는 “감독님(한국어로 표현)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집에서 생활하듯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선수임에도 그의 말투에는 겸손함이 배어 있었다.

2019~20시즌 필리핀대학챔피언스리그(PCCL) 최우수선수(MVP)이자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한국전 버저비터 결승골의 주인공 벨란겔을 지난 25일 경기 수원 KT빅토리움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과 필리핀 농구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훈련 방식부터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벨란겔은 “필리핀에서는 이 시기에 개인기술 훈련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그런데 가스공사는 팀 전술 위주의 훈련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훈련 방식의 차이는 양국 농구의 경기운영 특성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벨란겔은 입국 후 가진 고려대, 동국대, 수원 KT 등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이 같은 차이점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필리핀은 개인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진행한다면, 한국은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는 공격 패턴이 주를 이루더라고요. 아직 적응해가는 과정인데, 유도훈 감독님과 이대성 선수가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2022~23시즌 팀의 포인트 가드로 활약할 벨란겔에게는 이 차이점이 특히나 크게 다가왔다. 코트 위에서 팀 동료들을 진두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훈련을 통해 팀 전술을 숙지하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팀원과의 소통이 필수인 포지션 특성상 언어 장벽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는 “동료들과 외출을 자주 나가고 식사도 하면서 언어를 배우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간단한 인사말을 익혔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에게 다르게 말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언어뿐만이 아니다. 벨란겔은 한국 문화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특히 팀 막내로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훈련과 연습경기 전후에 아이스박스와 물통을 직접 옮기고,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팀에 녹아들고 있다.

유 감독으로부터 ‘숙제’도 받아 들었다. 그는 “감독님이 미들슛 성공률을 8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또 수비 로테이션도 (감독님이) 하나하나 수정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프로농구 데뷔 시즌을 앞둔 벨란겔은 "전술을 숙지하고 동료들과 친해져 하루빨리 팀에 융화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영권 기자

한국 프로농구 데뷔 시즌을 앞둔 벨란겔은 "전술을 숙지하고 동료들과 친해져 하루빨리 팀에 융화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영권 기자

비교적 작은 체구(177㎝)인 만큼 실전에서 발생할 미스매치(신장 차이를 이용한 공격패턴)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그는 “상대 장신 선수가 포스트업(상대방을 등지는 플레이)을 시도할 때 그에 앞서서 공을 막는 등의 전술을 훈련하고 있다”며 “(단신 선수로서의 약점은)수비 전술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벨란겔은 KBL 아시아쿼터가 일본에서 필리핀까지 확대된 뒤 국내 프로팀이 처음 영입한 선수다. 한국 농구계가 가장 눈여겨본 필리핀 선수라는 의미도 된다. 벨란겔에 이어 저스틴 구탕(창원 LG), 론 아바리엔토스(울산 현대모비스), 윌리엄 나바로(서울 삼성), 이선 알바노(원주 DB), 렌즈 아반도(안양 KGC)가 한국 땅을 밟았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벨란겔은 이제 이들과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부담감보다 자국 동료를 만나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벨란겔은 “KBL 코트에서 필리핀 동료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흥분된다”며 “대부분의 필리핀 선수들은 해외에서 농구 경력을 이어가고 싶어하는데, 각자의 꿈을 이룬 선수들과 한국에서 멋진 경기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 시즌 목표도 높게 잡았다. “매일 팀에 융화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팀원들도 저를 가족처럼 대해주고 있습니다. 시즌 중에도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결과적으로 팀이 우승할 수 있다고 믿어요.”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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