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지게차 사고... 경미한 부상에 복귀
이듬해 동료 지게차 운행 목격... 공황장애
2020년 지게차 운행 근로자 사망에 악화
법원 "사고 때문에 장애 발생... 재해 인정"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근무 도중 당한 사고와 같은 일은 하는 동료를 보고 공황장애가 발병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임성민 판사는 최근 근로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철강업체 근로자로 지게차를 운전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타박상 정도라 산재 신청은 따로 하지 않았고, 업무에도 곧장 복귀했다.
A씨는 그러나 2017년 5월 동료가 자신과 같은 작업을 하는 광경을 목격한 뒤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병원은 적응장애와 공황장애 진단을 내렸다. A씨는 이후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일부 호전됐지만, 2020년 1월 또 다른 동료가 지게차 작업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병세가 나빠졌다.
A씨는 "지게차 사고 때문에 적응·공황장애가 생긴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단 측은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낮은 자존감과 만성 우울증 등 개인 문제 때문에 질병이 유발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지게차 사고와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임성민 판사는 "A씨가 타박상을 당했던 사고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며 "동료 근로자들의 작업 상황을 목격하거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불안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개인 문제'라는 공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 판사는 "A씨가 2017년 5월 전까지는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 요인이 공황장애 등을 유발할 만큼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사 사례와 함께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지게차 사고는 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할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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