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3연속 자이언트스텝' 시사
뉴욕 3대 증시·가상화폐 급락
당장 한국 증시에도 영향 불가피
"8월 미국 CPI, 9월 FOMC까지 지속"
물가를 확실히 통제할 때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긴축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무참히 꺾으며, 이날 뉴욕 3대 증시는 3.03~3.94% 급락 마감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도 지난달 14일 이후 처음 2만 달러를 밑돌았다.
시장은 미국 7월 물가가 전월 대비 하락(9.1→8.5%)하자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파월은 "단 한 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정점을) 확신하기에 한참 모자라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시사했다. "또 한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했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의 발언을 재차 꺼내든 것이다.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겠다는 파월의 의지는 자이언트스텝 확률을 47%에서 61%(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로 밀어 올렸다. 반대로 50%가 넘었던 '빅스텝(0.5%포인트 인상)' 확률은 39%까지 떨어졌다.
이날 연준의 참고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도 전월 대비 0.1% 하락했지만 '파월의 입'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미국 증시가 25%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미국 헤지펀드 브리지워터)가 나왔다.
"8월 미국 물가, 9월 FOMC까지 경계"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는 한국의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①평소 미국 시장과 연동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26일 장외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마감가(1,331원)보다 10원 이상 상승했고, "주초 1,400원을 테스트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②최근 주식시장 전반에 경계감이 다소 약했던 것도 충격이 불가피한 이유다.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를 등에 업고 11일 38거래일 만에 2,500선을 돌파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물가 변곡점을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연준이 긴축 기조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등 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파월이 끌어올린 위기의식이 다음 달 13일 발표되는 미국 8월 물가까지, 장기적으로는 다음 달 22일 FOMC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8월 한국 무역수지(9월 1일), 한국 8월 물가·미국 고용지표(이상 다음 달 2일) 발표도 중간 변수다. 박승진 하나증권 글로벌매크로 파트장은 "미국 고용지표 확인 전까지 상승할 시장의 경계는 미국 물가지표나 소매판매지표를 확인하며 느슨해졌다가 FOMC가 다가오면서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창용 "美보다 먼저 금리 인상 종료 어려워"
파월 발언으로 '한국은행의 사상 첫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두 나라의 금리가 같기 때문에 미국이 또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남은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금리가 역전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5일 기준금리를 4연속 인상하며 "금리 격차가 자본 유출, 환율 움직임과 기계적으로 관련된 건 아니지만 1%포인트 이상 벌어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잭슨홀 회의 참석 직후 외신 인터뷰에서도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 연준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않았다"는 25일 발언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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