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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가 휘어져 보이는 ‘시력 도둑’ 황반변성, 40세 이상에서 13.4% 노출

입력
2022.08.29 18:20
수정
2022.08.29 21:4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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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재휘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안과 전문의

김재휘 김안과병원 전문의는 "3대 실명 질환인 황반변성은 완치하는 방법이 없기에 40세가 넘으면 정기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안과병원 제공

김재휘 김안과병원 전문의는 "3대 실명 질환인 황반변성은 완치하는 방법이 없기에 40세가 넘으면 정기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안과병원 제공

황반변성은 시세포가 몰려 있는 눈 속 망막 중심부인 황반 부위가 손상ㆍ변성되면서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질환이다.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이다. 황반변성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6년 14만5,018명에서 2020년 20만1,376명으로 4년 새 38.9%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재휘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안과 전문의를 만났다. 김 전문의는 “40세 이상 눈 질환 유병률 가운데 ‘나이 관련 황반변성(노인성 황반변성ㆍAged Macular Degeneration)’이 13.4%”라며 “따라서 40세가 넘으면 1년마다 한 번 정도 1초 정도 걸리는 안저(眼底)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반변성을 설명하자면.

“우리 눈 속에는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 있다. 망막 조직 중 가장 중요한 가운데 부분이 ‘황반(黃斑ㆍyellow spot)’이다. 황반은 물체 초점이 맺히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다면 그 사람의 눈, 코, 입의 상이 맺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황반에 이상이 생기면 시력 저하 등 큰 불편이 나타난다.

황반변성은 황반에 나타나는 다양한 변성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노화에 따라 황반이 변성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나이를 먹으면 황반부 혈관과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신경 조직 아래쪽으로 노폐물이 쌓이며, 이러한 노폐물은 주변 신경 세포 기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신생 혈관이 생기는 등 심각한 2차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황반변성이 생기면 시력이 저하되고 사물이 흐리게 보이거나 휘어져 보인다. 물체의 어떤 부분은 잘 보이고 어떤 부분은 흐리거나 휘어져 보이기도 한다. 병이 생긴 눈만 물체가 크거나 작게 보이기도 한다.

노안의 경우 먼 곳은 잘 보이지만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조금 흐리게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그러나 황반변성에 의한 시력 이상은 먼 곳ㆍ가까운 곳에서 모두 나타나며, 돋보기나 안경을 써도 호전되지 않고 증상이 계속된다.”

-황반변성이 건성ㆍ습성으로 나뉘는데.

“황반변성이 진행하면서 노폐물이 쌓이고 망막 신경 조직 구조ㆍ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면 ‘건성(비삼출성)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아주 느리게 진행하며 천천히 시(視) 기능이 떨어진다. 건성 황반변성 진행 과정에서 눈 속 신생 혈관(정상적으로 눈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혈관)이 생기면 ‘습성(삼출성)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습성 황반변성은 이상 혈관 출혈, 망막이 붓는 현상이 나타나며 시력이 급격히 손상되는 중증 질환이다. 심하면 수개월 이내 실명할 수 있기에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는 시력 저하 원인인 맥락막에 신생 혈관을 만드는 근본 원인인 혈관 내피 세포 성장 인자 자체를 무력화하는 ‘항혈관 내피 성장 인자(Anti-VEGF)’라는 약을 눈 속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눈 주사’나 ‘항체 주사’라고 불린다.

이런 주사 치료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 시력 손상 진행을 상당히 막거나 시력을 일부 호전할 수 있다. 그러나 황반변성의 근본 원인이 눈 노화이기에 이 같은 치료로 완치하기는 어렵다. 지속적인 건강검진과 주사 치료로 장기간 시력을 보전하는 것이 치료의 주된 목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경우 건성 황반변성 소견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다가 곧바로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때가 많아 황반변성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고 물체가 휘어져 보이면 빨리 안과에서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황반변성 예방법은 없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기에 근본적인 예방법은 없다. 다만 몇 가지 방법으로 진행을 늦출 순 있다. 우선 금연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황반변성이 훨씬 빠르게 진행하기에 초기에도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으면 금연해야 한다.

루테인ㆍ지아잔틴 같은 항산화 물질이 함유된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영양제를 초기 황반변성일 때부터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식사할 때 녹황색 채소를 자주 섭취하면 영양을 어느 정도 공급할 수 있다. 오메가3가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지만 이 역시 반드시 먹을 필요는 없다.

너무 강한 햇빛은 피하는 것이 좋다. 눈부실 정도로 햇볕이 강하면 색깔이 조금 들어간 안경을 착용하면 도움 될 수 있다. 불 꺼진 거실이나 침실 등 너무 어두운 환경에서 TV나 스마트폰을 밝게 해 놓고 보는 것 역시 동공이 확장돼 빛이 눈 속으로 과도하게 들어올 수 있기에 피하는 게 좋다. 이상지질혈증이 황반변성 진행을 촉진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황반변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신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기에 잘 관리해야 한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는 어떤 게 있나.

“습성 황반변성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실명될 수 있는 질환이어서 안과 질환 가운데 드물게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해 관리되고 있다. 장기간 치료 과정에서 자주 병원을 찾아 눈 주사를 맞아야 하기에 환자 입장에서 치료에 따른 고통이 상당히 크고 약값이 비싸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지 않다.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로는 ‘루센티스’ ‘아일리아’ ‘아바스틴’ 등이 널리 쓰이고 있다. 덧붙여 비교적 최근에 ‘비오뷰’가 도입됐다. 효과가 더 좋을 뿐만 아니라 더 오래 지속되고 값이 저렴한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앞으로 1~2년 뒤에는 이런 새로운 약이 개발돼 진료 현상에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반변성을 진단하는 암슬러 격자. 정상인이 본 시야(왼쪽)와 황반변성 환자가 보는 시야(오른쪽).

황반변성을 진단하는 암슬러 격자. 정상인이 본 시야(왼쪽)와 황반변성 환자가 보는 시야(오른쪽).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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