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는 곧 정치 사각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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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는 곧 정치 사각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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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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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김성식전 국회의원

반지하 비극 이은 세모녀 비극
사회안전망 미비만의 문제일까
공동체 외면한 정치가 근본책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의 빈소. 뉴스1

정치가 너무나 어지럽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독한 설전과 기이한 광경을 일일이 반추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 와중에 국민의 삶은 도처가 위험지대라는 경고음을 계속 울리고 있다. '반지하'의 비극에 이은 수원 세 모녀의 비극.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긴급생계지원제도도 확대되었으나, 이번엔 거주지가 주소지와 달라 손길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위기 가구를 찾아낼 수 있는 '촘촘한 복지행정망'이 집중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현행 복지 신청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졌다. 윤 대통령도 도어스테핑에서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것대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핵심일까.

세 모녀 비극의 교훈을 긴급생계비 지원의 사각지대 정도로 좁혀서는 안 된다. 한국의 복지제도 전반에 걸쳐 사각지대가 넓고 지원 폭은 얇다. 세계 최악 수준인 출산율과 자살률이 현실을 말해준다. 국민연금은 현재 노령연금 수급 대상 연령의 절반 정도가 사각지대에 있으며, 그나마 1인당 월 평균 수령액은 올해 기준 57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노후 대책이 될 수가 없는 수준이다. 현재 일하면서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각지대가 전체 취업자의 대략 절반이나 된다. 이 비율은 기술혁신과 일자리의 변화에 따라 불안정 취업자가 늘어가면서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못 받으면 바로 삶의 위험이 닥친다.

일자리 격차는 심각하다. 공적인 사회안전망보다 개별 협상력을 우선시한 결과이다. 그간 대기업들과 그 정규직 노조들은 임금 및 복지의 차별과 실직 및 산재의 위험을 비정규직과 하청 등 자신들의 성벽 바깥으로 전가하는 데 동승해왔다. 경남 거제 하청 노동생태계의 현실, 구의역 청년 비정규직의 죽음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렇듯 일자리와 소득의 위기 지대를 면밀하게 살피고, 사회보장 시스템 및 공적 부조 등 복지 전반의 사각지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삶의 현실과 위기 가구의 발생 경로에 제대로 대처하는 출발점이다.

복지 사각지대는 정치 사각지대이다. 정치적 목소리의 사각지대가 바로 삶의 위험이 누적되는 곳이다. 예를 들자면 비정규직, 하청,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는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제도적 테이블에 의석이 거의 없다. 지금 거대 양당은 '힘센 자', '조직된 자', '목소리 큰 자' 우선이다.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어려운 삶은 정치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지 오래다. 적대적 공존과 상대방의 무능에 기대는 낡은 정치는 이제 국민 삶의 현실에 대한 감수성마저 잃어가고 있다.

지금 위기 가구를 찾아내기 위한 방법론에 논의가 쏠려가고 있는데, 더 근본적인 것은 대한민국은 힘들 때 기댈 만한 따뜻한 공동체라는 믿음을 국민들이 평소에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아닐까.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주, 영희, 영옥, 은희가 바랐던 것이다. 또한 복지는 시혜의 영역이 아니라 당당한 시민권의 영역임을 분명히 할 때,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는 위기 가구는 줄어들지 않을까.

근대 이래 자유와 민주의 역사는 시민권 확장의 역사였다. 이미 겪어서 알고 있듯이, 이념을 앞세워 덤빈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비극 앞에서 정치의 성찰과 반전이 절실하다. 열성 지지자에 갇힌 정치를 박차고 나와 정당 간의 연합 정치의 길을 개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을 위한 정책 연합이자 공동체의 안전망을 위한 공동 책임이다. 9월에도 정치가 달라질 모멘텀을 못 만들면 정치판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김성식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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