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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도, 푸틴도, 젤렌스키도... 좀 놀 줄 아는(?) 국가수반들

입력
2022.08.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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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총리 '댄스 유출' 사태로 재조명된 춤들
러시아 푸틴-미국 부시, 2008년엔 춤으로 어울려
젤렌스키는 춤 경연 우승 경력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19일 헬싱키에서 앞서 온라인을 통해 번진 '파티 영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19일 헬싱키에서 앞서 온라인을 통해 번진 '파티 영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지난 17일 공개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일명 '광란 파티' 사건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마린 총리가 유명인사들과 춤추고 노래 부르는 영상이 공유되면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돼야 한다"는 옹호와 "국가 수반으로서 처신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마린 총리는 지난 24일 사회민주당 연설에서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어떻게 즐기는지보다 총리로서 하는 일을 봐주길 바란다"면서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개인 자격으로 즐긴 파티 영상이 유출된 경우라 '사생활 보호'를 호소할 이유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수반의 춤은 늘 이야깃거리가 됐다. 유명인의 '보기 드문' 행동인 만큼 이는 늘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사랑받은 오바마 댄스... 트럼프는 짧은 춤, 바이든은 고개만 끄덕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NBC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해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NBC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해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시에 상대적으로 젊은 대통령이었고, 대중 친화적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자랑하듯 그는 유세 현장이나 출연 방송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자랑했고 음악에 맞춰 가끔 몸을 흔들었다. 케냐를 방문했을 때 의조모를 만나 함께 어울려 춘 춤과, NBC방송의 유명한 토크쇼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했을 때 춘 춤 등은 수많은 '움짤'로 만들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 현장에서 춤을 추고 있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세 현장에서 춤을 추고 있다. 트위터 캡처

오바마의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춤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대중을 이끄는 데 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 앞에서 길지는 않지만 가볍게 춤을 춰 환호받은 적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후보 당시 히스패닉 유권자들 앞에서 루이스 폰시의 유명한 스페인어 노래 '데스파시토'를 플레이해 놓고 고개를 가볍게 흔드는 데 그쳤다. 온라인에서 비판자들은 "인기영합적"이라거나 "보기 민망하다"고 지적했는데, 사실 현장에서 바이든에게 "춤 좀 보여달라"고 권유한 것은 이 노래를 부른 루이스 폰시였다.


영국 총리 댄스 잔혹사(史)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시장 재임 시절 열린 파티에서 춤울 추고 있다. 트위터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시장 재임 시절 열린 파티에서 춤울 추고 있다. 트위터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파티를 열었다는 '파티게이트'를 계기로 시작된 비판 여론이 인사 문제와 거짓말 논란으로 번지면서 결국 총리직을 내놓게 됐다. 바로 이 '파티게이트' 때문에 과거 존슨이 파티에서 춤추는 영상도 온라인에서 재조명됐다.

사실 이 영상 자체는 코로나19와 직접 관련이 없다. 과거 존슨이 런던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런던시청에서 열었던 크리스마스 파티의 한 장면인데, 올해 '파티게이트'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온라인에서 다시 번지면서 그야말로 '가짜뉴스'로 주목받은 것이다. 존슨 총리에 대한 부정 여론을 반영한 듯 "이걸 안 봤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어찌 보면 존슨 총리는 괜히 두 배로 억울한 신세가 된 셈이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2018년 보수당 전당대회 연단에서 춤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2018년 보수당 전당대회 연단에서 춤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존슨의 전임인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도 춤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총리로 재임하던 2018년 보수당 당대회 단상에 올라설 때 스웨덴 음악 그룹 '아바'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의외성 때문에 현장 반응은 좋았지만, 온라인에선 어색하다는 평가와 함께 마치 로봇 같다고 해서 '메이봇'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BBC방송 등에 알려진 후일담에 따르면, 메이 총리의 춤은 측근과 미리 상의한 것이 아닌 즉흥적인 움직임이었다. 당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당의 내홍에 시달리며 어렵사리 집권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런 처지를 유머로 승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푸틴은 부시와 춤추고 젤렌스키는 춤 경연서 활약

조지 워커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8년 소치 정상회담 때 함께 어울려 춤추고 있다. 무대 아래에서 파트너와 춤추는 남성이 부시, 무대 위에서 갈색 웃옷을 입고 대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푸틴이다. 유튜브 캡처

조지 워커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8년 소치 정상회담 때 함께 어울려 춤추고 있다. 무대 아래에서 파트너와 춤추는 남성이 부시, 무대 위에서 갈색 웃옷을 입고 대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푸틴이다. 유튜브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재 서구에선 전쟁 범죄자 취급이지만, 14년 전까지만 해도 조지 워커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던 사이였다. '푸틴 20년'을 맞이한 2020년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에서 과거의 영상과 사진을 대방출했는데, 이때 유독 언론의 주목을 받은 영상은 부시와 푸틴이 러시아 민속 음악을 배경으로 어울려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이 춤 영상은 2008년 러시아 소치를 방문한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과정에서 있었던 일정 중 하나로,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행사 다음 날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내 춤이 언론에 공개가 안 돼서 다행"이라고 농담했다. 푸틴이 "모두 당신이 뛰어난 춤꾼이라는 걸 알았다"고 칭찬하자 부시는 "그럼 그랬던 걸로 하자"고 화답했다.

재밌는 사실은, 당시 부시 대통령이 훗날 '부쿠레슈티 선언'으로 불리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지지 입장을 밝히고 나서 소치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당시 나토 회의에 초청돼 여러 나토 회원국 수장들과 대화했고,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결과적으로 이때 부시 대통령의 제안은 영국·프랑스·독일의 신중론 속에 무산됐고, 훗날 러시아가 두 나라를 침공하는 구실 중 하나로 작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예인으로 활동하던 2006년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우크라이나판 방송에 출연해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예인으로 활동하던 2006년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우크라이나판 방송에 출연해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캡처

소치에서 푸틴과 부시의 춤이 있기 2년 전, 우크라이나에선 미래에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하던 인물이 방송에 출연해 춤을 추고 있었다. 2006년 당시 우크라이나의 연예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스타와 함께 춤을(Dancing with the Stars, 미국이 원조인 춤 경연 방송 프로그램)' 우크라이나판 방송에 출연, 전문 댄서인 파트너 올레나 쇼프텐코와 호흡을 맞췄고 춤으로 우승까지 했다.

당시 영상은 2022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서 전시 지도자로 거듭난 젤렌스키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덩달아 재발굴됐다. 네티즌들은 "코미디언에 연기자, 무용수에 변호사, 전시 지도자까지 이 사람은 못하는 게 뭔가"라는 평가와 함께 해당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춤 좀 추면 어때서?" AOC는 오히려 인기 늘었다

덴마크의 여성 주간지 '숙녀를 위한 모든 것(ALT for Damerne)'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여들이 파티에서 춤추는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덴마크의 여성 주간지 '숙녀를 위한 모든 것(ALT for Damerne)'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여들이 파티에서 춤추는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과거 수많은 국가수반의 춤과 비교한다면, 마린 총리의 춤에 쏟아지는 관심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고, 논란의 강도도 강하다. 핀란드 야권에서 그의 정치적 자격을 문제 삼았고 마약 검사까지 요구하는 데 이르자, 마린 총리는 실제 마약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으로 나오기도 했다.

핀란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많은 '춤추는 여성'들이 '산나와 연대를(#SolidarityWithSanna)' 해시태그를 달고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마린 총리를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특히 각국 여성 정치인들의 반응이 컸다. 호주 빅토리아주 상원의원인 피오나 패튼 의원은 "한 나라의 총리가 가장 잘못한 행동이 파티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라면, 그 나라는 굉장히 운이 좋은 나라다"라고 평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이 대학 시절 촬영한 춤 영상의 일부. 이후 온라인에선 'AOC 춤'에 온갖 음악을 합성하는 영상이 유행이 됐다. 트위터 캡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이 대학 시절 촬영한 춤 영상의 일부. 이후 온라인에선 'AOC 춤'에 온갖 음악을 합성하는 영상이 유행이 됐다. 트위터 캡처

미국 네티즌들은 마린 총리 사건을 보고 3년 전 마린 총리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을 떠올리기도 했다. AOC는 2018년 총선에서 역사상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으로 선출되며 화제를 뿌린 인물인데, 당선 직후 한 우파 네티즌이 2010년 그의 대학 시절 촬영한 춤추는 영상을 조롱 목적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AOC에겐 전화위복이 됐다. 해당 춤 영상에 온갖 음악을 합성하면 다 어울리는 '마성의 영상'으로 통하면서 AOC의 인기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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