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과 살면서 식사·병원 진료 챙기지 않아
술 취해 부친 폭행해 살해하고 사고사 주장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살해한 뒤 사고사라고 주장한 전직 권투선수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버지 B씨를 수십 차례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술에 취해 귀가한 뒤 부친에 대한 불만을 참지 못하고 주먹과 발로 B씨를 수차례 때렸다.
A씨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13년부터 고교 3학년인 2018년까지 복싱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전국 복싱 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해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했으며,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A씨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 "아버지가 숨졌다"며 스스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 B씨는 자택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의 시신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B씨의 갈비뼈와 가슴뼈 등이 부러지고 장기도 파열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5개월 간 내사 끝에 A씨를 체포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2020년 8월부터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뇌병변으로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식사를 챙겨주지 않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부친에게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 간편 음식을 먹였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부친을 한 번도 씻기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라며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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