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모가디슈' '강철비2' 등 곳곳에서 한국어 자막 사용
"자막이 몰입감 와해" VS "대사 이해에 도움 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자막이 화제가 된 이유는 국내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관객들은 자막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자막은 순간의 몰입감을 와해시키지만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양날의 검이다.
수년 전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에 자막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호평을 받았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일부 배우가 출연하는 콘텐츠일수록 유용하다는 이용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다만 국내 OTT들의 경우 한국 콘텐츠에는 자막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넣고 있지 않다.
이 가운데 지난 10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은 해전 중 자막을 삽입했다. 사운드를 포기할 수 없었던 김한민이 고심 끝에 자막을 넣은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었던 자막 삽입은 의외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한국어 대사 전달력이 낮아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는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김한민 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에 자막을 넣은 이유로 전쟁의 밀도감을 표현하면서 대사 전달까지 노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산: 용의 출현' 속 자막은 몰입감을 크게 와해시키지 않으면서도 시각적인 재미를 안겼다. 손쉽게 OTT 자막 서비스를 이용했던 이들이 영화 관람에도 자막을 선호하면서 영화계의 자막 삽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만 아직까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 한 영화계 관계자는 "내부 시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대사가 정확히 인지됐다'는 자료가 없으면 필수적으로 넣도록 했으면 좋겠다. 특히 상업 영화에서는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우의 발음도 발음이지만 음향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증거다. 관객들이 보는 비주얼적인 것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까 정작 중요한 대사 음향 처리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감독들이 자막이 영화의 몰입도를 와해시킨다고 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자막이 필요 없게끔 고퀄리티의 음향을 만드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영화에서 한국어로 된 자막이 나올 때 재미가 반감된다. 시각적으로도 시선이 분선된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창작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다른 입장을 밝혔다.
자막이 또 다른 메타포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외에 북한말 자막이 등장한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때 경험을 바탕으로 익숙하지 않은 북한말에 대한 이해도를 보완하기 위해 북한말 자막을 도입했다. 영화 설정상 남북의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북한을 타국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으로 북한말을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고, 순수 북한말을 자막에 삽입함으로써 그 의도를 확실하게 전달, 관객들을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한국 콘텐츠에 한국 자막을 넣는다는 게 아직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단계다. 하지만 자막 도입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된다면 비장애인 관객들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관객까지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관람 문화가 완성되리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이는 분명 글로벌로 나아가는 중인 한국 영화 산업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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