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에 발목 잡힌 유럽, 우리도 ‘탈중국’ 시나리오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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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스에 발목 잡힌 유럽, 우리도 ‘탈중국’ 시나리오 대비해야

입력
2022.08.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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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강윤희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러시아에서 몰래 발 빼는 중국 기업
중국, 대만 제재에도 속도 조절 뚜렷
미중 갈등 커지면 한국도 탈중 압력

최근 대만을 두고 미중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었다. 지난 8월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펼치면서 대만을 위협했다. 이러한 사태는 아시아 모든 국가를 긴장하게 만든다. 중국과 미국이 대만문제를 두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게 된다면, 아시아의 그 어느 국가가 이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전은 군사전뿐 아니라 경제전, 심리전, 외교전을 모두 동반한다. 따라서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모든 국가,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갈등으로부터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만 문제가 남 일이 아닌 이유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마자 대두되었던 논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는 동안, 중국은 이 기회를 활용하여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중국이 보인 행보는 대만 침공설에 조금도 근접하지 않았다. 중국은 상당히 신중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추이를 관망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외교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는 논평을 내놓곤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를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크게 지원한 바 없다.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가스를 더 많이 사들였지만, 이것은 인도, 심지어 유럽 국가들도 그렇게 했다. 표면적으로 중국은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용히 러시아와의 거래를 끊거나 축소한 개별 중국 기업들이 적지 않다. 세계 경제망에서 차단되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타격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러시아가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지만, 중국의 지원은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다.

한국 경제 대중 의존도

중국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중국도 세계 경제와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러시아를 지원하였다가 동반 제재를 받게 된다면 중국 경제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펠로시 방문에 반발하여 중국이 대만에 부과한 경제 보복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경제 제재를 대만산 감귤류 과일, 일부 해산물, 과자류 수입 금지 및 중국산 천연모래 수출 금지에 한정하였다. 대만에 진정 타격을 주려고 했다면 대만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수입을 금지했어야 한다. 왜 그렇게 못 하는가? 반도체 수입 금지는 중국 경제에 너무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과 대만은 경제적으로 상호의존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상호 간 전쟁을 회피할 수도 있다. 국제정치학의 자유주의 학파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높을수록 전쟁을 회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듯이,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전쟁 회피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더욱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하나의 적대 세력으로 간주하고 이들에 대한 봉쇄를 시도한다면 아시아에서 갈등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이 더욱 고조된다면 아시아에서도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열전(熱戰)은 아니더라도 냉전(冷戰)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경우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진행될 것이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급격히 낮추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낮출 것을 요구받을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약 25% 정도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수입 공급망은 석유류 등 원자재 부문에 취약성이 높고, 취약 품목의 대중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쉽지 않거나, 고통스러울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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