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림 잡아 방문객 산정 이어져
차량에 3 곱하는 '이상한 산술'도 등장
부산에선 IT기술 활용 입장객 수 파악
전문가 "엉터리 통계가 예산 낭비 불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올해 여름, 전국 유명 해수욕장에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하지만 전국의 주요 해수욕장 입장객 통계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눈대중 식의 해수욕장 입장객 수 파악이 수십 년째 이어지면서 행정 신뢰도 추락은 물론, 관광 정책 왜곡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눈대중 통계가 정식자료 되는 셈"
23일 강원도환동해본부 집계 결과, 올여름 동해안 83개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은 683만7,230명이다. 일상 회복과 함께 지난해(497만4,951명)보다 37.4%나 방문객이 늘었다. 지역별로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돼 'BTS효과'를 누린 고성 지역 해수욕장이 191만2,523명으로 가장 많았다. 동해안 대표 관광지인 강릉(151만1,102명)과 동해(88만5,538명)와 속초(88만2,548명)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발표하는 해수욕장 입장객 수에 대한 정확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해수욕장에 주차된 차량에 3이나 4를 곱하거나 3.3㎡(1평)당 인원이 몇 명인지 보고 전체면적에 대입해 추산하는 '페르미 기법'을 활용한 방식이 주로 쓰이는데 정확성에 뚜렷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 가지 방식을 적용해 입장객 수를 계산한 강원도의 A해수욕장은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고 했지만 부러움보다 의구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신뢰도 문제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드론을 띄워 입장객 수를 계산하지만 어림잡아 추정하는 건 마찬가지다.
부산에선 첨단 IT기술 등장
올여름 112만 명이 찾은 제주를 비롯해 전남과 충남 해수욕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남의 한 해수욕장에선 5, 6명의 안전요원이 방문객 수를 셌다. 올여름 안전요원으로 일했던 대학생 A(23)씨는 "인파가 몰리면 한 사람이 3, 4번까지 중복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셈을 하는 입장에서도 정확하지 않은 집계였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 역시 "요금이나 등록 장치가 없는 해수욕장 이용객 전수 조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은 2018년부터 SK텔레콤 휴대전화 가입자가 해수욕장 주변에 30분 이상 머물면 1명이 찾은 것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다른 이동통신사 가입자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방문객을 추산해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지난해 사물인터넷(IoT)센서가 도입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경우, 입장객 1명이 여러 센서를 통과하더라도 중복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수욕장 인근 상권 이용자나 지역주민들의 단순 이동과 산책까지 집계돼 '뻥튀기' 논란이 일었다. 해수욕장 입장객 수를 여름 휴가철 관광업 성과로 여기는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숫자를 부풀리는 것도 정확도를 떨어트리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정확지 않은 통계는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책에 반영된다. 지자체마다 다르게 추산한 통계가 광역자치단체와 정부에 그대로 보고되고 있지만 이를 검증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지 않은 통계는 특히 관광산업 등 관련 분야의 예산 배분에 대한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식 강릉원주대 교수는 23일 "전국 지자체가 통계를 내놓는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어디까지 통계를 믿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며 "실적을 부풀린 엉터리 자료가 정책에 반영되면 예산 낭비를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도 문제점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해수욕장 이용객 현황작성 가이드라인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0월 중 나오는 용역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는 통일된 방법으로 전국 해수욕장 입장객 집계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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