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19일 정규 2집 선공개 곡 '핑크 베놈' 발매
차트 신기록·뮤비 호평 받았지만 '변화' 없었다
아쉬움 만회할 기회는 아직 충분
그룹 블랙핑크가 신곡 '핑크 베놈(Pink Venom)'으로 하반기 컴백 프로젝트의 순항을 시작했다.
무려 1년 10개월 만의 컴백에 쏠린 글로벌 음악 팬들의 기대를 증명하듯 신곡을 향한 반응은 뜨거웠다. 신곡 발매 이후 K팝 가수 최초로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에서 이틀 연속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새 기록 행진을 시작한 이들은 아이튠즈 차트에서도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 74개국 1위를 꿰찼다.
신곡 발매와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공개 약 29시간 만에 조회 수 1회 뷰를 돌파한 '핑크 베놈' 뮤직비디오는 같은 조회수 기준 K팝 걸그룹 가운데 최단 신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뮤직비디오 곳곳에 배치된 해시계 거문고, 자개무늬 네일아트, 해시계를 모티브로 한 시계추 등 한국 전통 문화 요소들은 글로벌 시장에 K-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는 호평까지 이끌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블랙핑크의 위상, 완전체 활동으로는 약 2년에 달한 공백, 그 사이 로제·리사 등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가져온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핑크 베놈'의 신기록 행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컴백이 '본 핑크' 프로젝트의 서막을 성공적으로 열었다는 평가가 줄이은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이어지는 호평 속에서도 '핑크 베놈'으로 돌아온 블랙핑크에게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 YG 역대 최대 제작비를 투입한 뮤직비디오의 스케일,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만큼 글로벌 음악 시장을 겨냥한 장르의 곡, 진화한 멤버들의 비주얼이 모두 갖춰졌지만 2%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 아쉬움은 바로 블랙핑크가 이번 컴백에서도 '변화'보다는 자신들이 데뷔 이후 이어온 콘셉트의 확장을 택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블랙핑크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우리의 반전적인 이미지 그 자체를 연상시키는 음악을 들려드리고자 했다"던 멤버들의 말처럼 '핑크 베놈'은 블랙핑크가 데뷔 이후 이어온 음악색의 진화를 담아낸 곡이었다. 물론 노래 전반에 새로운 음악적 요소들이 배치되면서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냈지만, 이를 오래 전부터 블랙핑크가(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가) 고수해왔던 음악색의 연장선에서 벗어난 새로운 변화라고 평가하긴 어려웠다.
물론 블랙핑크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음악적 색채가 곧 이들의 정체성인 셈이니,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으나 오랜 완전체 공백 끝 컴백한 만큼 이전과는 또 다른 '블랙핑크의 어나더 레벨'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사뭇 아쉬운 변신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큰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 전통 문화 요소들과 접목한 뮤직비디오 역시 유의미하나,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의 지점으로 꼽기는 어렵다. 블랙핑크의 경우 이미 전작 '하우 유 라이크 댓'에서 한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한복 의상을 착용하고, 훈민정음을 모티브로 한 네일아트를 선보이는 등 한국 전통 문화를 곳곳에 배치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뚜두뚜두' 뮤직비디오에서는 기와를 배경으로 사용하기도 했던 바다. 비단 블랙핑크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 등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약 중인 K팝 그룹들 역시 한국 문화를 접목시킨 무대나 콘텐츠를 다수 선보여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역시 '핑크 베놈'을 통한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하긴 어려운 것이다.
물론 모든 가수들이 매 컴백 때 마다 기존의 콘셉트를 뒤엎는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이 일궈온 음악적 색채에 안주하기 보단 한층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 확대를 이끌어주길 바라는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핑크 베놈'이 남긴 2%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는 아직 충분하다. 선공개 곡인 '핑크 베놈'으로 하반기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이들은 다음 달 16일 정규 2집 '본 핑크'를 발매할 예정이다. "블랙핑크의 본질 그 자체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는 이들의 자신감이 '본 핑크'에서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 될지, 조금 더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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