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담화로 대남 적대 의식 재확인
"강온전략보다는 명확한 강경 기조"
정부 "北 태도 유감… 고립 재촉할 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에 대해 막말 비난을 퍼부었다.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유감의 뜻을 밝히며 대화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1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전날 담대한 구상에 대한 담화문을 내고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북한의 핵 포기'라는 전제부터 헛되며 남측이 '오물(대북전단)'을 들여보내고 '북침전쟁연습(한미연합군사연습)'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무의미한 구상이라는 주장이다. 김 부부장은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거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윤 대통령은 15일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대화에 나설 경우 파격적인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비핵화를 거부하는 북한이 수용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따라서 북한의 부정적 반응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북한은 이미 윤 정부 출범 전부터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언급을 트집 잡아 욕설을 쏟아내고 '전승절(우리의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 등 주요 계기마다 윤 대통령과 남측을 향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여왔다.
북한의 공세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을 왜곡해 비판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응수했다. 다만 "속뜻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질의에서 담화 내용 중 '2~3년은 일해 봐야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읽게 되는 법'이라는 대목을 거론하며 "북한이 윤 정부 임기 중·후반엔 대화를 생각해보자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북한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다는 점이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발표 당시 노동신문을 통해 이를 맹비난하면서도 "기존 공동선언에 대한 존중·이행을 다짐하는 입장들이 담겨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비판해온 맥락을 보면 강온전략보다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기조가 명확히 잡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북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겹쳐 북한은 더 매몰찬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목할 대목은 ('제 집안이나 돌보라' 등) 국내 지지율이 낮은 정권과 대화, 협상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라며 "북한도 남측을 상대할 여유가 없고, 남북이든 북미든 협상을 시작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상황인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교착국면을 타개하지 못하면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 핵 능력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해 비핵화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깊은 유감을 표하며 "북한의 이런 태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 가운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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