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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률과 대통령 지지율

입력
2022.08.19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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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나의 유일한 취미는 드라마 시청이다. 그런데 참으로 불행한 것은 나의 주요 연구 대상도 드라마란 점이다. 그래서 나는 유일한 취미인 드라마를 그냥 감상하지 못한다. 직업병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드라마가 생기면 드라마가 재생산한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 드라마가 재현한 이미지가 옳은 것인지 이것저것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 두 달 동안, 나를 설레게 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보면서도 그랬다. 드라마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우영우에 나오는 고래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하면서 봤다. 또 드라마 마지막회에 우영우의 친모가 법무부 장관보다 좋은 엄마를 선택한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고 있다. 이는 드라마 연구자인 내가 드라마에 몰입하는 배경이 된다.

물론 드라마에 몰입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시청자가 TV 드라마에 몰입하는 이유는 서스펜스, 동일시, 감정이입 등 정서적 반응 때문이다. 보통 서스펜스라고 하면 추리, 공포 등을 연상하게 되지만 시청자인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드라마 주인공이 모를 때, 착한 주인공이 나쁜 반주인공에게 이용을 당할 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이다. 궁극적으로 시청자가 서스펜스를 경험하는 것은 착한 주인공에게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심리에 있다. 동일시도 드라마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동일시는 드라마 등장인물에게 일어나는 일이 마치 나에게 일어난 일인 것처럼 느끼는 것을 말하는데, 감정이입이 된 상태를 일컫는다. 감정이입 없이 동일시가 발생할 수 없다. 드라마에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도 동일시와 관련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동일시가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일시는 드라마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뉴스를 볼 때도 가능하다. 80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가족이 사망했을 때 슬픔의 정서를 느끼는 것도 동일시에 기반한다. 이때 도덕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덕성을 갖춘 인물에게 동일시나 감정이입이 더욱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갖추지 않은 인물에게 대중은 감정을 이입하지 않는다. 대개 드라마 주인공이 도덕성을 갖춘 인물로 설정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주인공이 원칙을 잘 지키는 근간도 도덕성에 있다. 그런데 시청자의 드라마 몰입이 중요한 이유는 시청률에 있다. 방송사는 광고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그러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런데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의 속내는 무척이나 착잡할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많은 성과를 발표했지만, 실상 지지율이 무척 낮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동일시나 감정이입 등 정서적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서스펜스는 참으로 많이 느껴진다. 국민이 아는 것을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 대통령이 국민에게 동일시나 감정이입 등 정서적 반응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해답을 거기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윤복실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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