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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대신 쿨콜라'… 러시아 짝퉁 판쳐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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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대신 쿨콜라'… 러시아 짝퉁 판쳐도 ‘속수무책’

입력
2022.08.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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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짝퉁 음료 출시, 서방 브랜드 사용 신청 쇄도
러, 비우호국 특허권 해제… 법원도 자국 기업 우선시

러시아 음료회사가 출시한 탄산음료 쿨콜라, 팬시, 스트리트. 각각 코카콜라, 환타, 스프라이트를 모방한 상품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음료회사가 출시한 탄산음료 쿨콜라, 팬시, 스트리트. 각각 코카콜라, 환타, 스프라이트를 모방한 상품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Cool Cola(쿨콜라), Fancy(팬시), Street(스트리트)… 러시아에서 5월 새로 출시된 탄산음료 제품들이다. 이름은 물론 맛과 색상, 로고, 병 모양까지 각각 Coca Cola(코카콜라), Fanta(환타), Sprite(스프라이트)와 상당히 비슷하다.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원조와 짝퉁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환타도 콜라도 아닌, ‘Fantola(판톨라)’라는 기상천외한 이름을 붙인 음료도 오래전부터 팔리고 있다. 판톨라를 만든 음료회사 ‘체르노골로프카’는 짝퉁 의혹에 이렇게 해명했다. “환타와 판톨라에 둘 다 ‘Fan’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건 맞다. 하지만 그 단어는 ‘Fantastic(환상적이다)’에도 들어가 있다.”

서방 기업 철수하자 러시아 짝퉁·비공식 수입품 활개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서구 문화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최근 러시아에서 난립하는 유사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방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자, 그 빈자리를 노린 러시아 기업들이 대놓고 브랜드를 베끼거나 비공식 경로로 해외에서 상품을 들여오는 탓이다.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고자 법에 호소해 보지만, 러시아 법원이 자국 시장에서 발 뺀 외국 기업들에 우호적일 리 만무해 서방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코카콜라는 올해 3월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재고 물량이 소진된 이달 초 러시아를 완전히 떠났다. 1979년 구소련에 진출한 지 43년 만이다. 코카콜라는 러시아 음료시장에서 펩시(13.2%)에 이어 점유율 2위(12.1%)를 차지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아직 코카콜라 산하 제품들은 팔리고 있다. 쿨콜라, 팬시, 스트리트, 판톨라 같은 대체 상품뿐 아니라 심지어 정부 묵인 하에 ‘병행수입’된 ‘정품’들도 버젓이 유통된다.

일례로 ‘피보인더스트리아’라는 수입업체는 미국 대형마트에서 코카콜라를 대량으로 구입해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했다. 코카콜라는 5월 이 업체를 상대로 제품 선적 중단 명령을 내려달라고 러시아 세관 당국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코카콜라는 “러시아에서 사업 중단과 상관없이 자사는 지적재산권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사 상품을 거래하고자 하는 제3자의 영업권과 평판을 보호한다”면서 피보인더스트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3월 13일 잠정 폐업을 하루 앞둔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 맥도널드 매장에서 러시아인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3월 13일 잠정 폐업을 하루 앞둔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 맥도널드 매장에서 러시아인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지재권 침해 방기하는 러 법원


그러나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앞서 판톨라 제조사인 체르노골로프카를 상대로도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 판결을 받았다. 피터 메그스 일리노이대 로스쿨 러시아법 연구교수는 “평상시였다면 코카콜라가 쉽게 승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 업체들이 ‘코카콜라가 상표를 버렸다’고 주장하면 그만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러시아 정부는 3월 미국과 영국 같은 비우호 국가 기업의 특허(상표)권 보호를 아예 ‘파기’하는 법령을 공표했다. 러시아 기업들이 서방 기업에 지식재산권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러시아에서 짝퉁이 판치는 또 다른 원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러시아 특허청인 연방지식재산원에는 최근 서방 브랜드 사용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 의료용품 업체는 △코카콜라 △아디다스 △메르세데스 벤츠 등 20개 브랜드에 대해 상표권 신청서를 제출했고, 한 사업가는 러시아에서 철수한 패스트푸드점 맥도널드의 황금색 아치 로고와 빨간색 간판에 대한 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그뿐 아니다. 곰돌이 모양 젤리로 유명한 독일 제과 회사 하리보와 미국 스포츠용품 회사 뉴발란스 브랜드를 러시아 크릴 문자로 사용하겠다는 신청도 있었다.

정보분석회사 클래리베이트 소속 로버트 리딩 지식재산권 책임자는 “통상적으로 정부는 기존 브랜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에 대해선 출원을 거부한다”며 “러시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법원이 서방 브랜드를 지원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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