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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내부총질 정치인

입력
2022.08.1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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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공화당 연방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리즈 체니 현 의원이 잭슨에서 열린 경선일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체니 의원은 이날 실시된 중간선거 당내 경선에서 친(親)트럼프 성향의 후보에 완패해 4선 도전이 좌절됐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공화당 연방하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리즈 체니 현 의원이 잭슨에서 열린 경선일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체니 의원은 이날 실시된 중간선거 당내 경선에서 친(親)트럼프 성향의 후보에 완패해 4선 도전이 좌절됐다. AP=연합뉴스

내부총질 정치인으로 지목된 리즈 체니(56) 미국 연방하원 의원이 예비선거에서 완패했다. 3선인 그는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와이오밍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무려 37%포인트 차로 졌다. 체니의 정치 행보는 여러 면에서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로 낙인 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미국 판이다. 무엇보다 이번 낙선 이유는 그의 ‘반트럼프’에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을 들춰내 재선 출마 저지에 앞장선 죄다.

□ 리즈 체니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 대부 격인 딕 체니가 아버지다. 뼛속까지 공화당원이라 동생 메리 체니의 동성결혼에 반대하다 나중에 입장을 철회했다. 트럼프 정부 입법안엔 93%나 찬성했을 정도다. 정통 보수인 체니가 반트럼프가 된 계기는 그의 대선불복과 의회난입 폭동이었다. 작년 1월 의사당에서 난입 사태를 목도한 체니는 민주당 주도의 특별조사위에서 트럼프 저격수로 맹활약했다. 부적절한 트럼프 언행을 폭로한 증인들 뒤에는 언제나 체니가 있었다. 반트럼프 여론이 조성되고 중간선거, 대선가도에 이상신호까지 켜지자 화살은 체니에게 향했다.

□ 당내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에서 쫓겨난 데 이어 이번에 정치적 해고까지 당한 셈이다. 희망을 보여준 정치인을 위해 민주당원들이 당적까지 바꿔 지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체니는 법 수호란 보수의 가치를 위해 싸운 것이나 그것이 지금 공화당 원칙이 아님은 명백해졌다. 체니처럼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10명 중 8명이 불출마 또는 경선 탈락했다. 한편으로 트럼프의 영향력이 건재함을 보여준 사건이나 진짜 보수의 퇴출로 공화당은 내전에 빠져들게 됐다.

□ 정치적 위기를 맞은 체니는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패배 인정 연설에서 그는 반트럼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무난히 당선됐을 것이라며, 애국자들의 임무는 헌법 수호를 위한 단결에 있다고 했다. 그가 트럼프 재선 저지를 위한 스포일러에 그칠지, 어엿한 대선주자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무소속 출마는 트럼프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층 이탈을 가져올 수 있어 마냥 민주당에 유리하지도 않다. 미 정치도 당분간 내부총질 퇴출 여파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한미 정치 동조화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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