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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고!" 부산은 촬영 중… 도시 전체가 거대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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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고!" 부산은 촬영 중… 도시 전체가 거대 세트장

입력
2022.08.26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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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헤어질 결심' '브로커' 부산 곳곳서 촬영
바다와 산, 강 갖추고 과거와 현대 모습 겸비
부산 16개 구·군 중 촬영 진행 안 된 곳 없어
꾸준한 투자로 상반기 영화·영상물 57편 촬영

배우 이정재가 감독을 맡아 제작한 '헌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이정재가 감독을 맡아 제작한 '헌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탕, 탕, 탕”

1980년대 일본 도쿄 거리를 배경으로 남북한 정보기관 요원들의 쫓고 쫓기는 숨 가쁜 추격전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총격전까지.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헌트'에서 가장 손꼽히는 장면이다. 관객들은 일본에서 촬영됐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배경이 된 거리는 부산에 있다. 1980년대 일본식 간판과 우체통, 공중전화부스와 교통표지판, 자동차 번호판까지 갖춰 부산 촬영을 눈치챈 관객은 많지 않았다. 얼마 전 영화를 본 회사원 김종민(49)씨는 25일 “영화를 볼 때 전혀 몰랐는데 부산이란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부산 16개 지자체 모두 영화 촬영지로

부산 전역이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해운대 등 세련된 도시 모습을 갖춘 곳은 물론이고 구도심 흔적들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와 산, 강까지 끼고 있어 16개 자치구와 군에서 모두 영화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일 개봉해 보름 동안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은 ‘헌트’는 50일 동안 부산 10여 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대규모 총격전을 찍은 중앙동과 초량동 등지는 부산 구도심으로 1970~1980년대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 ‘헌트’의 시대적 배경과 맞아떨어지는 촬영 공간인 셈이다. 초량동 영주고가도로와 1974년 문을 연 남포동 부산호텔 앞거리는 고가도로가 많은 1980년대 도쿄 거리를 연상케 하는 최적의 장소였다.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영화인들도 부산을 주요 촬영지로 삼고 있다. 칸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은 지난 6월 개봉한 '헤어질 결심'을 기장 도예촌과 금정산,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부산 강서경찰서 유치장 등 부산 지역 20여 곳에서 44일간 촬영했다. 칸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브로커’ 역시 영도대교 부근과 가덕도, 부산보훈병원 등 부산 지역 10곳을 촬영 장소로 이용했다. 지난 4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개봉한 영화 ‘야차’는 부산에서 가장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해운대 센텀지구의 벡스코와 수영만요트경기장 등을 활용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꾸준한 유·무형 인프라 구축 결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간판. 부산= 연합뉴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간판. 부산= 연합뉴스

통계상으로도 부산의 영화 촬영 증가 추세는 확인된다. 상반기 부산영상위원회가 촬영을 지원한 영화ㆍ영상물은 모두 57편으로 319일간 촬영이 진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편보다 많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 42편보다 15편이 더 많다. 촬영일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32% 늘었다.

장르도 과거 부둣가와 항구, 산복도로 등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부터 드라마나 로맨스, 코미디 장르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상반기 중 드라마 7편과 코미디 5편 등을 촬영했고,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작품 중에서도 액션과 범죄, 미스터리가 각 1편인 반면 로맨스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스포츠 장르가 7편으로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연말까지 예약이 다 찼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영화 배경으로 삼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이 풍부해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의 범위가 넓은 곳”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갑자기 영화 촬영지로 부상한 건 아니다. 1996년부터 20년 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역 최고 행사로 키우는 등 영화 산업에 적합한 유무형의 인프라를 꾸준히 구축해 온 결과다. 부산콘텐츠마켓조직위원회(BCM) 집행위원장을 지낸 구종상 동서대 방송영상학과 특임교수는 “부산에서 많은 영화영상물 촬영이 이뤄지는 것은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국 처음으로 로케이션 지원을 위한 영상위를 만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영상 관련 행사를 열어 온 전통과 부산시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부산은 앞으로도 영화 촬영의 메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양영주 부산영상위원회 영상사업팀장은 “부산에선 현재도 어떤 장르의 촬영을 하더라도 소화할 수 있다"며 "폭넓은 장르의 수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촬영 장소를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영상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촬영장소로 활용됐던 부산지역 800여 곳의 사진과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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