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징역 3년 이상 보안관찰 가능
"재범 위험 입증 안 해" 소송서 줄줄이 패소
근거 제출 안 하기도 "권한 남용하는 수준"
"제대로 된 입증 없다면 기계적 관찰 관둬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이들이 법무부를 상대로 보안관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법무부는 법정에서 보안관찰의 핵심 요건인 '국보법 재범 위험성'을 입증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재범 위험성 입증 못한 법무부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행정6-3부(부장 홍성욱)는 17일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안관찰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9~2011년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대남공작기구인 정찰총국으로부터 3만 달러(약 4,000만 원)를 수수하고 '남조선 침투 지시'를 받아 군사 기밀 등을 수집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A씨는 2015~2016년 한국 국적 취득 등 기밀 탈취 계획 경과에 관한 이메일을 정찰총국 구성원과 주고받기도 했다.
검찰은 A씨를 국보법상 간첩과 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2016년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판결은 확정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A씨에게 보안관찰 처분을 내렸다. 법무부는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 3년 이상을 선고받았던 출소자에게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보안관찰 처분을 내릴 수 있고, 2년마다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적(利敵)범죄를 예방해 사회 안녕을 추구하고, 출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취지다. 보안관찰 대상자는 가족관계와 재산 상황 등 신상정보뿐 아니라, 3개월에 한 번씩 주요 활동 내역을 관할 경찰서에 보고해야 한다.
보안관찰 심의위원회는 대상자가 국보법 위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을 따진다. 재범 위험성은 △형집행 중 행태 △출소 후 활동 등으로 평가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출소자 16명 중 11명에게 보안관찰을 부과했고, 36명 중 30명의 보안관찰 기간을 늘렸다. 국보법 위반 사범은 대부분 보안관찰을 받는다는 얘기다.
A씨는 보안관찰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보안관찰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재범 위험성이 없으므로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법원도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보안관찰의 필요성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 활동에 관해 별다른 증명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범 위험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줄줄이 패소 "기계적 보안관찰 안 돼"
법무부의 재범 위험성 입증 실패는 A씨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보안관찰 범죄가 중대하고 △출소자들이 국보법 폐지를 주장한다는 게 주요 논거지만, 뚜렷한 국보법 위반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최근 5년간 보안관찰 처분 및 갱신 취소 소송 9건에서 모두 패소 확정 판결을 받고, 올해도 1심에서 3차례나 패소했다. 상대가 소송을 제기하면 연전연패하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는 심지어 B씨가 올해 5월 보안관찰 취소소송에서 승소할 땐, 재판부에 재범 위험성을 입증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일부 자료를 '국가 안보 등 이유'로 법원에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료 제출 범위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안관찰 소송을 경험했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범 위험성을 입증해달라'고 법무부에 수차례 요구해도 달라진 게 없었는데, 이는 법적 구성 요건을 무시하고 자유를 빼앗는 처분을 내린 셈"이라며 "권한 남용에 가까운 기계적 보안관찰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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