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득표수가 총투표수보다 많아" 의혹 제기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야권연합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 후보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법정 투쟁에 나서겠다고 16일(현지시간) 선언했다. 개표 및 집계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저질러진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치러진 대선에서 현 부통령인 윌리엄 부토 후보가 득표율 50.49%로 오딩가 후보를 제치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대권 도전인 오딩가 후보는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부토 후보에 앞섰지만, 정작 선거에선 고배를 마셨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오딩가 후보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와풀라 체부카티 선관위 위원장이 발표한 대선 결과를 거부한다”며 법원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그는 “선관위 위원장은 중대한 결정에 대해 독단적으로 행동하거나 선포할 권한이 없다”며 “선관위원 7명 전원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딩가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법무장관 출신 마사 카루아 부통령 후보도 트위터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대선 무효화 투쟁을 예고했다.
선관위원 4명은 오딩가 후보의 불복 결정에 지지를 표했다. 이들은 오딩가 후보 연설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득표수가 총 투표수보다 많고, 일부 지역구의 득표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개표 집계 과정에 오류가 있었는데도 체부카티 위원장이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줄리아나 체레라 선관위 부위원장은 “체부카티 위원장이 발표한 선거 결과는 독단적 행위로 선관위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케냐에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후보는 1주일 이내에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대법원은 신청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선거 무효로 판결이 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다시 치른다.
오딩가 후보는 2007년 대선에서도 선거 무효화를 선언했는데, 당시 대선 결과를 둘러싼 갈등이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1,200명 이상 숨졌다. 직전인 2017년 대선 때도 오딩가 후보의 불복 선언 이후 재선거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