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서 세계 1위 모모타 완파
일본 열도 충격에 빠트려
"올해 부진, 도쿄에서 만회하겠다"
“일본 팬들이 저를 싫어하지 않을까요?”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에서 일본의 간판 스포츠스타 모모타 겐타(세계랭킹 1위)를 꺾고 열도를 충격에 빠트린 남자 단식 대표팀 허광희(27·삼성생명)가 '약속의 땅' 도쿄로 다시 건너간다. 오는 22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리는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다.
지난해 7월28일 도쿄올림픽 남자 단식 조별리그 2차전에서 당시 세계랭킹 38위 허광희는 1위 모모타를 2-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랐다. 국내에서 TV 중계조차 안 될 정도로 대이변이었다.
반면 모모타의 조기 탈락에 일본은 망연자실했다. 모모타는 2019년 11개 국제 대회를 싹쓸이 한 세계 최강자이자, 올림픽 전 요미우리 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일본 국민이 가장 금메달을 기대하는 스타 1위로 뽑힌 간판이었다. 올림픽 개막식 때는 오륜기를 들고 입장도 했다.
최근 충남 당진체육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허광희는 “도쿄올림픽의 기억은 진짜 좋았다”며 “첫 올림픽이었는데 세계 1위를 이겼다”고 돌아봤다. 이어 “당시 부담감이 없었던 나와 달리 모모타는 엄청 컸을 것”이라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까 경기가 잘 풀렸다”고 덧붙였다.
다만 파란을 일으킨 뒤 8강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 받았던 세계 59위 케빈 코르돈(과테말라)에게 패한 것을 두고는 “많이 들떠 있다가 졌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런 건 아니고 상대 선수가 워낙 노련하게 잘했다”고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허광희는 지난해 10월 세계단체선수권에서 모모타와 리턴 매치를 벌였다. 결과는 또 2-0 완승이었다. 모모타의 천적으로 자리매김한 허광희는 “두 번째 승리가 오히려 기분은 더 좋았다”며 “도쿄올림픽 때 승리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었다는 걸 한번 더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무릎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주춤했던 그는 좋은 기억이 있는 도쿄에서 반등을 노린다. 삼성생명 팀 관계자도 허광희를 ‘도쿄 허’라고 부르며 기대를 걸고 있다. 도쿄올림픽과 차이점은 경기 장소가 다르고, 무관중이 아닌 유관중으로 치러진다는 점이다.
허광희는 “이번엔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데 일본 팬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라면서도 “긴장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 관중이 있으면 더 활기차게 뛸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주목 받는 걸 좋아한다”고 미소 지었다.
정신적인 무장도 충분히 됐다. 허광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세 차례 연속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올해 최고 성적도 16강에 불과하다. 허광희는 “그간 혼자 슬럼프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며 “나의 배드민턴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계속 했어야 하는데 중심을 못 잡았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심리적인 게 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심리적인 부분도 많이 강해졌고, 운동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배드민턴 남자 단식 선수 중 최고 랭킹(32위)인 만큼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한국 배드민턴은 여자 단식에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기대주 안세영이 버티고 있고, 복식도 꾸준히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반면 남자 단식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손승모의 은메달이 유일한 메달이다.
허광희는 “남자 단식만 살짝 처지는 분위기”라면서 “후배 선수들의 실력이 올라와 내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면 남자 단식도 더 강해질 것이다. 일단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해 부진을 씻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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