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결별 선언을 할 것 같으면 이렇게 안 했다”고, 정치적 멘토인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쉽지 않다”라고 모두 선을 그었다. 대신 야권의 당원운동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100만 민란)’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독자 세력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준석 “양두구육 논란 삼는 건 바보짓, 윤 대통령과 만남 목매지 않아”
이 대표는 1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을 가리켜 '이 XX 저 XX'라고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저를 때리기 위해 들어오는 약간 지령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럿이 있는, 나름 정당의 고위급 관계자가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해버리면 그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엔 “그런 거 받으려고 지금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만큼은 극구 부인했다. 이 대표는 “결별 선언할 것 같으면 이렇게 안 한다”며 “사실관계 몇 가지를 정정해 주고 제가 개고기를 팔았다는 통렬한 자기 반성”이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신의 ‘양두구육(羊頭狗肉)’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어떻게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할 수 있나”며 “바보짓”이라고 반박했다.
유승민과 연대론엔 “劉, 경기지사 선거서 상처…지지층 달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본인이 지난 경기지사 선거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유승민과 이준석이 지지층을 아주 큰 교집합으로 공유한다고 생각할 텐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직설적으로 나가는 타입이다. 생각보다 둘의 지지층은 다르다”라고 거리를 뒀다.
대신 “당원의 조성(組成ㆍ물질을 구성하는 성분) 자체가 바뀌면 당은 바뀌게 돼 있다”며 독자적으로 당 내부 개혁을 이뤄 명예회복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야권에서 불었던 ‘100만 민란’을 언급하며 “온라인ㆍ모바일 당원 가입으로 DJ와 호남으로 상징되던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수도권 화이트 컬러로 상징되는 민주당으로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로 당대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전국을 돌며 신규 당원 모집에 힘을 쏟았던 배경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또 CBS 유튜브 방송에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누가 창당하려 할 것”이라며 윤핵관 측이 정계 개편 카드를 꺼내들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내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과 같은 정계개편 시도가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다”며 “이 대표가 ‘100만 민란’을 언급한 것은 실제 해당행위를 하는 건 윤핵관 측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나경원 “이 대표 기자회견은 내부 총질”, 홍준표 “막말 쏟아내며 떼쓰는 모습”
이 대표가 이틀 연속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겨냥한 여론전에 나서자 당내에선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의 기자회견을 “실질적 내부 총질에 해당한다”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이 대표 본인의 성비위 사건”이라고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며 “막말을 쏟아내면서 떼를 쓰는 모습은 보기에 참 딱하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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