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역(逆)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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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역(逆)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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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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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공급망 강화를 명분으로 미국 내 반도체 산업 기반 강화를 목표로 한 '반도체 산업육성법'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0년대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곧 ‘세계화’의 전성시대라 할 만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 말 소련 해체를 정점으로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세계를 동·서로 나눴던 이데올로기 대립이 종말을 고했다. 각국이 화해하고 협력하면서 인류공영을 향해 나아가는 새 역사가 그려지는 것 같았다. 1993년에 출범한 미국의 빌 클린턴 정부는 그런 역사적 기대에 편승해 ‘신세계질서’를 구축한다며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세계정책의 기조로 선포했다.

□ 세계화는 이념장벽 붕괴와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 발전 등에 힘입어 각국이 보다 긴밀한 유기적 상호 의존성을 갖는 하나의 지구촌으로 재편되는 역사적 운동을 의미했다. 경제적으론 최대의 효율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국제분업과 자유무역체제의 확장이 추진됐다. 클린턴 정부는 이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설립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강화를 추구했다.

□ 세계화는 국제 산업질서를 재편하고, 글로벌 자본운동을 촉진했다. 미국 산업에선 첨단 금융업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전통 제조업 기반은 해외 신흥국 등으로 이전됐다. 마침 오랜 은둔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던 중국이 세계화에 따른 국제분업체계 변동의 최대 수혜국이 됐다. 글로벌 자본이 앞다퉈 중국으로 향했고, 그 힘으로 장난감부터 철강에 이르는 제조업 기반이 단시간 내 중국에 구축되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났다.

□ 하지만 세계화 정책은 짙은 그늘을 드리우기도 했다. 자본은 번영했지만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고, 중산층이 몰락하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서민·중산층의 분노에 힘입어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세계화를 비난하며 미국 이익을 우선하는 ‘아메리카 퍼스트’로 돌아섰다. 지금 조 바이든 정부는 더 나아가 미국 내 생산품에 한해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감축법’까지 입법하면서 대놓고 자유무역체제를 뒤흔드는 중이다. 미국의 이해에 따라 30여 년 새 세계화와 역(逆)세계화의 물결이 멋대로 춤을 추는 모양새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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