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예선전 '마힌드라' 1위
본선 시작하자마 8중 추돌사고
재규어 소속 '미치 에반스' 우승
대회 전날까지 서킷 공사 진행
입장권 가격·좌석 배치 문제 지적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전기차 레이싱 대회 'ABB FIA 포뮬러E 챔피언십'(포뮬러E)이 변덕스러운 날씨만큼 정신없이 막을 올렸다. 전날까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티켓 가격이나 좌석 배치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고, 개막 당일에도 운영이 우왕좌왕했다. 선수들이 화끈한 경기를 선보여 관중들의 환호도 터져 나왔지만, 여러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13일 국내 첫 전기차 경주대회인 '포뮬러E 서울 E-프리'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서 열렸다. 14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2021~2022 포뮬러E 시즌 마지막 대회이자 결승전이다. 또 2014년부터 시작된 포뮬러E의 99번째, 100번째 경기가 열리는 의미도 있다.
포뮬러E는 모든 팀이 동일한 섀시를 쓰지만, 배터리를 제외한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을 규정 안에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2018~2019 시즌부터 도입된 2세대 차량(젠2)은 최고 출력 250㎾, 최대 속력은 시속 280㎞, 드라이버 포함 최소 중량은 900㎏(배터리 385㎏ 포함)이다. 또 XALT의 고전압 배터리(54㎾h)를 적용, 45분 경기를 충전 없이 달릴 수 있다. 또 레이스 중 △어택모드(특정 구간에서 30㎾ 추가) △팬부스트(실시간 투표 상위 5명에게만 5초간 20㎾ 추가) 등을 통해 성능을 증가시킬 수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폭우 속 진행된 예선전…마힌드라 레이싱팀 1위
포뮬러E 서울 E-프리에는 재규어 TCS 레이싱,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 태그호이어 포르쉐 포뮬러E, 마힌드라 레이싱, 닛산 E.담스, 니오 333포뮬러E 팀 등 11개 팀, 22개 차량, 22명의 드라이버가 참가했다.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만큼 모든 팀과 선수들은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40분 예선전이 시작할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 경기장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큰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이 굵어졌고, 결국 모든 선수들은 빗속에서 예선을 마쳤다. 예선전에선 마힌드라 레이싱 소속 드라이버 '올리버 롤랜드'가 1위를 기록, 폴포지션(본 경기에서 가장 앞에서 출발)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성적이 8위로 부진한 마힌드라 코치진은 큰 소리와 함께 기뻐했다.
재규어 TCS 레이싱 '미치 에반스' 우승
오후 4시 본 경기가 시작되자, 날이 갰다. 하지만 경기장과 도로는 여전히 물에 젖었고, 선수들이 한 바퀴를 채 돌기도 전에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마지막 코너에서 8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하거나 안전벽을 들이받았다. 관람객들은 놀랐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작과 함께 큰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기장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30분가량 재정비 후, 경기가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로 위 물기가 말라갔고, 레이싱 머신의 속도도 점차 높아졌다. 엎치락뒤치락한 결과, 재규어 TCS 레이싱 소속 '미치 에반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 1위를 기록했던 올리버 롤랜드는 2위로 경기를 마쳤다. 3위는 로켓 벤추리 팀의 '루카스 디그라시'가 기록했다.
포뮬러E는 '엔진음'이 없어 재미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실제론 박진감이 넘쳤다. 출발부터 최고 힘을 발휘하고, 모터의 고주파 소리가 관람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서울 방배동에서 가족과 찾은 최모(50)씨는 "평소 전기차에 관심이 많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를 겨루는 대회가 국내에서 열린다고 해서 직접 보러 왔다"며 "포뮬러1처럼 고막이 터질 정도로 시끄러운 엔진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선수들의 운전 실력과 첨단 기술력을 겨루는 현장이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늦은 공사·복잡한 동선 등 운영 미흡
하지만 이번 대회는 운영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주최 측인 포뮬러E코리아는 대회 준비부터 선수 인터뷰, 기자간담회 일정을 갑작스레 바꾸거나 취소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또 경기장 공사가 대회 전날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다. 8중 추돌사고도 도로 공사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주최 측에선 "8일 폭우로 주경기장 아스팔트가 파손돼, 급하게 보수한 것"이라며 "사고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대회 당일에는 매표소가 알려진 것과 다른 곳에 있거나, 출입구 위치가 바뀌면서 관람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또 지하철 역에서 경기장까지 가는 동선도 복잡하게 꼬여 있다.
경기 화성시에서 온 박모(28)씨는 "전기차 레이싱을 보러 친구들과 올라왔는데, 경기장까지 가면서 길이 복잡해 비를 쫄딱 맞았다"며 "경기장 안도 곳곳이 막혀 있고, 어떤 곳은 들어갈 수 있고, 어떤 곳은 못 들어가게 하는 등 기준도 없어 결국 아무 자리에나 앉아서 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입장권 가격도 뒷말이 컸다. 가격을 해외 대회보다 3, 4배가량 비싸게 책정했다가 판매가 시원치 않자 할인에 나섰다. 그럼에도 흥행이 안 되자 결국 무료로 뿌렸다. 결국 비싼 가격에 표를 산 사람들만 허탈해졌다. 또 VIP석 배치도 문제였다. 관람석 바로 앞에 큰 구조물을 배치, 전광판을 볼 수 없었다. 이번 대회는 잠실종합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바깥 도로에서 이뤄진다. 전광판이 안 보이면 경기 대부분을 못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구에서 온 신모(67)씨는 "비싼 표를 선물받아서 기분 좋게 구경 왔다가, 관람석을 확인하곤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며 "비도 피할 수 없고, 경기도 안 보이는 자리를 무슨 이유로 몇 배나 비싼 VIP석으로 만든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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