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11일 정체전선 수도권 북상 안 해
다음주 북한 쪽에서 '습기 가득' 정체전선 남하
"약해진 지반 위험... 미리 대비해야"
수도권에서 충청권까지 '충격과 공포'에 가까운 물폭탄을 쏟아낸 정체전선은 12일 이후 남쪽으로 밀려나며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다음 주 초 북한과 중국 경계 쪽에서 형성된 정체전선이 남쪽으로 밀고 내려오면서 또다시 집중호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충청권을 중심으로 폭우를 내리고 있는 정체전선은 남하하면서 12일 전라권과 제주 지역에 영향을 주고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비구름대가 약해지면서 8, 9일 수도권, 10, 11일 충청권에 내린 것만큼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 강수량은 충청 남부와 경북 북부 30~100㎜, 전라권 120㎜ 이상이다.
서울에 다시 '최대 200㎜' 온다더니... 정체전선 북상 안 한 이유는
당초 기상청은 11일 정체전선이 다시 수도권으로 올라와 한 차례 더 많은 비를 내린 뒤 12일부터 점차 남하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비구름대가 북상하지 않고 충청권과 전라권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남쪽으로 내려가는 형태를 보였다. 정체전선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가 맞부딪히는 면인데, 더운 공기가 예상보다 힘을 못 쓰고 밀렸기 때문이다.
원인은 일본 남쪽에 형성된 제16호 열대저압부다. 12일쯤 제8호 태풍 '메아리'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은 이 열대저압부가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덩어리를 두 갈래로 갈라놨고, 이 때문에 제주와 경상권에 영향을 주고 있는 아열대 기단이 힘을 다소 잃으면서 북쪽의 찬 공기가 밀고 내려온 것이다.
8일 0시부터 11일 오후 4시까지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한 곳은 경기 양평군(641㎜)이며, 기상청이 위치한 서울 동작구도 577.5㎜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강원도에서는 횡성군(499㎜)과 홍천군(481㎜)에 많은 비가 쏟아졌고, 충청권에서는 제천시(336.5㎜)와 청주시(300.9㎜) 강수량이 많았다. 비구름대가 충남과 전북지역에 머물렀던 11일 오후 4시까지 가장 많은 일강수량을 기록한 곳은 충남 보령시(136.7㎜)와 군산시(103.5㎜)다.
다음주 또 비 온다... 태풍이 쓸어넣은 수증기까지 더해지며 '레벨업'
문제는 이번 폭우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13일부터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전열을 가다듬고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데, 중국 북부 쪽에서 찬 공기와 만나며 또 한번 정체전선을 형성한다. 여기에 최근 중국 쪽에서 소멸한 태풍이 남기고 떠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정체전선이 활성화되고, 찬 공기에 밀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16일부터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15일 밤부터 16일 사이 중부지방에, 17일엔 남부지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음 주 내릴 비도 적은 양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8일 정체전선 형성의 원인이었던 '블로킹 고기압'이 해소되면서 비구름 이동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가강수량(대기중 수증기 총량)이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의 집중도가 낮을 수는 있지만 비의 양 자체는 많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예보분석관은 "이미 지반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적은 비에도 피해가 훨씬 클 수 있어 강력한 사전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더위가 끝난 것도 아니다. 현재 제주 지역의 최고기온이 연일 34도를 넘어서고 있는데, 비가 그치면 다시 무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 예보분석관은 "아직 남쪽에 위치한 아열대 고기압의 힘이 충분하다는 얘기"라며 "더위에 대해서도 주의와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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