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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법 탓에 브로커가 당당" "전세사기 피할 길이 없다"

입력
2022.08.10 18:00
수정
2022.08.16 09: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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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말한 전세 사기 개선책
①세입자 정보 열람 권한 보장돼야
②주변 시세·임대료 기반 금액 상한 필요
③보증금 상한선 만들어야

10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보증금 먹튀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현정 기자

10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보증금 먹튀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현정 기자

"건축주, 중개사, 매수인, 분양팀, 은행원, 감정평가사까지 다 리베이트를 나눠 가지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허술한 법을 아는 브로커들은 당당했어요. 중개인은 외려 '섭섭하다'고, 분양팀은 '싸우자는 거냐'고, 건축주는 '모든 권한을 위임했으니 컨설팅팀과 해결하라'고 하더라고요. 공인중개사도, 집주인도, 대출상담원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제 노력만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요."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의 신축 빌라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올해 5월 4억2,900만 원에 계약한 집이 '깡통 전세(전셋값≥매맷값)'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당한 수법은 한국일보의 '파멸의 덫, 전세사기' 시리즈 보도(1일자 1·3면, 2일자 5면, 3일자 6면)에서 지적한 그대로였다.

공인중개사는 A씨에게 "대출 이자를 지원해 준다, 월 지출비용은 20만 원대"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그는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에 허위로 기재된 가짜 중개사였고, A씨는 매물에 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4억2,900만 원에 계약한 매물은 외부 감정 평가 결과 3억 원에 불과했고, 분양가는 4억1,900만 원으로 전셋값보다 더 적었다. A씨는 전세금을 돌려받고자 국민신문고, 경찰청 등에 문의했지만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보증금 먹튀 국회 토론회'에 참여한 현장 전문가들은 비슷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세 사기가 벌어지는 원인은 '사전에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서'다. 임대인의 신상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는 관행 탓에 가짜 임대인이 진짜 임대인의 명의를 대신해도 세입자 입장에선 알기 어렵다. 공인중개사가 선순위 채권·임차보증금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를 관리 감독하는 체계가 미비하다. 임대인의 채무나 체납 또한 임대인 동의 없이는 알 길이 없다.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위원장은 "경매 배당 순위 관련 임대인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게 세입자의 정보 열람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개대상물에 대한 설명 의무 규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중개인으로부터 제대로 설명받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적정한 전세가격이 얼마인지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다세대주택, 오피스텔은 높은 가격에 전세를 맞춰 놓고 이를 기준으로 분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분양가가 적정 시가처럼 인식되고 이를 기준으로 감정평가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시세나 임대료에 기반해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평가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금의 상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외국은 월세 6개월치만 보증금으로 받게 하는 사례가 있다"며 "보증금을 주택가격의 일정 수준 이하로만 받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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