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강남 주민들 대피소에서 나와 집 정돈
정전·단수 이어진 아파트에선 집 탈출 속출
11일 비 소식에 긴장 여전... "피해 예방 만전"
“푸른 하늘이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네요.”
10일 서울 지역에 모처럼 햇살이 비치자 시민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특히 8, 9일 내린 기록적 폭우로 큰 피해를 본 강남ㆍ동작지역 주민들은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보금자리를 잃어 대피소 신세를 졌던 주민들도 수마가 휩쓸고 간 집을 정돈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후 대피소가 마련된 사당종합체육관에는 20여 명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이들은 8일 하루에만 동작구에 400㎜ 넘는 비가 쏟아져 이재민 아닌 이재민이 된 주민들이었다. 다들 비가 개자 아침 일찍 귀가해 집을 정리하고 소지품을 챙겨 나왔다. 주민 김모(70)씨는 “전날 새벽에 급하게 이곳에 왔다”며 “11일 또 비가 온다고 해서 당분간 대피소에 머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사당동 반지하 주택에 거주해온 이모(90)씨는 “집에 물이 들어차는 모습을 처음 봐서 두려움이 크다”며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도림천 범람으로 대피소가 된 동작구민체육센터도 오전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도 이재민들이 물난리가 난 집을 돌보러 대부분 귀가한 상태였다. 대피소 관계자는 “폭우 충격이 워낙 컸던 터라 다시 비가 쏟아지면 주민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침수 피해를 겪은 강남역 인근 고층빌딩과 진흥아파트에서는 전기 공급을 위해 임시 가설차를 동원한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아파트는 670가구 전체가 여전히 정전, 단수 상태였다. 아파트 측은 피해 복구에 적어도 사흘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복구 기간이 길어지자 아파트를 떠나 다른 곳에 머물겠다는 주민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한 부부는 차량 트렁크에 짐을 한가득 넣으면서 “정전에 물까지 안 나와 씻지도 못하고 있다. 친척집에 의탁할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모(69)씨도 “전기가 안 들어와 냉장고 음식이 죄다 먹을 수 없게 돼 아들 집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으로 돌아간 하루였지만, 12일 다시 비가 예보되면서 당국과 이재민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구청 전 직원을 동원해 대피소 이용을 원하는 주민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570가구, 72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667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주택ㆍ상가 침수도 3,716건이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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