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청일면 산사태로 주민들 한때 고립
원주에서는 벌통 살피러 나선 부부 실종
정체전선 남하 충청도 산사태 경보 격상
수도권에서 이틀간 15명의 인명피해를 낸 집중호우가 10일 강원ㆍ충청지역으로 옮겨갔다. 특히 산이 많은 지역 특성상 산사태 피해가 속출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4분쯤 강원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 일명 ‘매피지골’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7가구(8명)가 고립됐다가 5시간 만에 구조됐다. 야산에서 토사 수십 톤과 나뭇더미가 밀려내려와 마을 진입로와 컨테이너형 농막 2동, 차고 1동을 집어삼켰다. 60대 주민 A씨는 “‘꽝’하는 소리가 나 나와 보니 이미 차고가 사라지고 없었다”며 “차량은 인근 계곡까지 휩쓸렸다”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횡성군 청일면에는 8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36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김숙자 횡성소방서장은 “비가 그친 뒤에도 여전히 야산에서 많은 양의 토사와 흙탕물이 쏟아지고 있어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5시 49분 홍천군 북방면 북방리에서도 산사태로 주택 한 채가 일부 파손돼 3명이 대피했고, 앞서 오전 2시 24분엔 북방면 도사곡리에서 산사태 징후가 보여 주민 10명이 급히 몸을 피했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는 한 야영장에서도 하천 수위 상승으로 야영객 등 100여 명이 고립됐다.
이틀 동안 200㎜ 넘는 비가 내린 원주에선 벌통을 살피러 간 A(82)씨와 아내 B(78)씨가 실종됐다. 전날 오후 “부모님이 귀가하지 않는다”는 자녀의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부부 차량에 연결된 캠핑 트레일러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급류에 휩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하고 있다.
이밖에 강원지역에선 밤새 횡성과 양양, 홍천에서 낙석과 침수, 고립 등 71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지금까지 농경지 78.4헥타르(㏊)가 물에 잠겼고, 축사 1,684㎡가 피해를 입었다. 복구작업이 본격화하면 피해 규모는 더 늘 전망이다.
국내 최대 춘천 소양강댐은 이날 2년 만에 수문을 열기로 했으나 방류 계획을 11일 오후 3시로 늦췄다. 많은 비가 내린 한강유역 추가 피해를 감안한 조치다.
충청권과 전북 북부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날까지 수도권 지역에 국한된 호우경보는 이날(오후 3시 기준) 세종 대전 충북(음성 진천 옥천 보은 청주) 충남(보령, 금산 제외)으로 확대 발령됐다.
대전 대덕과 충남 예산에 시간당 30㎜의 장대비가 쏟아진 가운데 충청권 자치단체는 200㎜ 이상 비가 예보되자 재해위험지구 긴급 점검에 나섰다. 이날 189㎜ 폭우가 쏟아진 충북 청주시는 이날 오후 9시 기준 무심천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내린 비로 충북 청주대 후문에서는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2가구가 정전됐다가 4시간 30여문 만에 복구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대전 세종 충북 충남 지역에 산사태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서울 인천 경기 강원에는 경계가 발령 중이며, 나머지 시도는 ‘관심’ 단계다. 산림청 관계자는 “계속된 집중호우로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위기 경보가 상향된 지역 주민들은 긴급재난 문자에 주목하고 유사시에는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2일에도 충청 남부와 전북 북부에 300㎜ 넘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산사태 등 피해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