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앞두고 개 식용 관련 이메일 인터뷰
개 농장서 구조한 2마리 입양한 반려인
식용개와 반려견은 똑같다... 반려견이 증거
개를 위해 충분한 준비한 후 입양해야
골든 레트리버 아빠, 유기견, 식용개.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따라 오는 연관 단어들이다. 동물보호 활동가도 아닌데 그를 다룬 기사에서도 유독 동물 이야기가 많이 언급된다. 주인공은 모델 겸 배우 다니엘 헤니(43). 그는 유기견 출신 골든 레트리버 '망고'에 이어 개농장에서 구조된 골든 레트리버 '로스코'와 '줄리엣'을 입양한 반려인이다.
헤니는 말복(15일)을 앞두고 한국의 개식용 산업 관련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며 한국일보에 연락을 해왔다. 미국 미시간주 본가에 머물고 있는 그는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을 통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개농장에서 길러지는 개는 우리와 함께 사는 반려견과 다를 게 없다"며 "로스코와 줄리엣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가슴에 기대 온 줄리엣, 그 순간 못 잊어"
헤니는 2017년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케빈 브라이트 감독과 미국 동물보호단체 도브(DoVE)가 경기 남양주 개농장에서 구조한 로스코를, 2020년에는 HSI가 충남 홍성군 개농장에서 구조한 줄리엣을 각각 입양했다. 그는 로스코와 줄리엣이 구조 전까지 처한 상황과 입양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로스코는 발이 쑥쑥 빠지는 뜬 장에 갇힌 채 죽기 직전 구조됐어요. 줄리엣은 뜬 장이 아닌 곳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떨어져 있었지만 다른 개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을 셀 수 없이 목격해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줄리엣은 지금도 혼자 먼 곳을 응시하며 하루에 몇 시간씩 보내곤 해요."
그는 줄리엣과의 만남은 운명적이라고 말한다. HSI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개농장 구조 영상 속 줄리엣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 특히 줄리엣을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한다. 헤니는 "차 문이 열리자 줄리엣이 천천히 다가와 내 가슴에 푹 기댔다"며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2007년 영화 촬영 도중 알게 된 개식용 산업
헤니가 처음 한국 개식용 산업을 접하게 된 건 2007년. 그는 "차 안에서 영화 촬영을 대기하던 중 개 짖는 소리가 들려 개들과 놀아주려고 밖으로 나왔다"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따라가 보니 눈에 보인 건 반려견이 아니라 좁은 철창에서 길러지던 개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들이 처한 끔찍한 환경을 보면서 언젠가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개들에게 도움을 주고, 개식용 관련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판타지 드라마 '휠 오브 타임' 등의 촬영으로 미국에서 주로 생활하는 그가 한국에서 개를 입양한 이유는 뭘까. 그는 "한국은 어머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유산이다. 한국에서 개를 입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내겐 의미가 있다"며 "첫 반려견 망고와는 한국어로만 대화했다"고 말했다.
그의 입양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원인은 역시 개식용 문제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개가 겪는 고통과 개를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식용개 입양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스코, 줄리엣과 지내면서 이들의 얼굴에 선명하게 드러난 트라우마를 봤습니다. 특히 줄리엣은 처음에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이해하는 데까진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이 트라우마를 멋지게 극복한 것을 지켜보면서 한국 개식용 문제를 더욱 외면할 수 없게 됐습니다."
개식용은 모든 생명 존중과 연결되는 문제
개식용 관련 단골 질문 중 하나인 '소와 돼지는 먹는데 개는 어째서 안 되냐'를 물었다. 헤니는 "개식용 문제는 지구상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개를 먹지 않는 것뿐 아니라 육류 섭취를 줄이고, 윤리적 소비를 함으로써 동물복지 향상, 나아가 환경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HSI는 산업화된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을 위한 전 세계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이 같은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헤니는 또 식용개가 따로 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HSI가 개농장에서 구조한 다른 개들도 평범한 반려견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전해 듣는다"며 "개농장 속 개 일부는 한때 사랑받다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유기견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농장 속 개 중에는 여전히 목줄을 하고 있거나 옛 보호자에게 배운 동작을 기억해 발을 내밀거나 쓰다듬어 달라고 배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헤니는 "개농장에 직접 가보면 개들이 햇빛 한번 보지 못한 채 더러운 뜬 장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개뿐만 아니라 어떠한 동물도 그런 환경에서 길러지는 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HSI는 개농장주가 개식용 산업을 떠나 동물을 해치지 않는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며 "이 같은 전략은 한국 정부가 앞으로 개농장을 단계적으로 폐쇄해 나가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형견만 세 마리 키운 노하우는 충분한 공부
한국은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비율이 높아 대형견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뿐 아니라 마당에서 길러지던 개도 국내에서 입양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미국 등으로 '원정입양'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헤니는 "미국은 마당이 있거나 근처 공원이 있는 주거지에 사는 경우가 많아 대형견을 키우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주거지 규모와 형태, 생활방식을 고려해 데려오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덩치에 관계없이 자신이 키울 반려견을 충분히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느 정도의 운동량이 필요한지, 이미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개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농장이나 유기견 출신 개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헤니는 "개농장과 같이 끔찍한 환경에서 구조된 동물이라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상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며 "그들에게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개농장에서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개들은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뜬 장에서만 살던 개가 집에 온다면 세탁기나 청소기 소리, 장난감 등 평범한 상황조차 두려워할 수 있다"며 "이들이 새로운 삶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한다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미국의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물었다. 헤니는 "미국의 반려동물 친화적 문화를 좋아한다"면서도 "한국도 이런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펫숍보다는 근처 유기견 보호소에서 개를 입양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도 유기견 입양문화가 더욱 정착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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