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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여러 번 꺼낼 수 있는 기술 수출...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새 효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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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여러 번 꺼낼 수 있는 기술 수출...바이오·제약 기업들의 새 효자 되다

입력
2022.08.17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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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매출 안긴 SK바이오팜 효자 '세노바메이트'
글로벌 4대 시장 이어 캐나다·이스라엘도 진출
HK이노엔 신약 케이캡도 중국서 기술료 유입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제공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공들여 만든 신약으로 해외에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으며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기술을 수출하면 완제품 약을 수출하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임상 1·2·3상 성공 시점은 물론 현지 당국의 허가 및 출시 때마다 로열티를 받을 수 있어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지난해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글로벌 4대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캐나다와 이스라엘에서도 상업화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15일 밝혔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큰 몫을 한 '효자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의 캐나다와 이스라엘 진출이 기대를 모으는 건 지난해 세노바메이트의 해외 기술 수출 성과로 전년 대비 16배 증가한 매출(4,186억 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이 증가했고, 유럽에서 이 신약이 허가를 받은 대가로 기술료를 받았고, 캐나다 기업으로부턴 기술 수출 계약금으로 2,000만 캐나다 달러를 받은 영향이다.

회사 관계자는 "파트너사 측이 캐나다 연방보건부에 낸 세노바메이트의 허가 신청(NDS)이 접수돼 본격 심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심사에는 보통 1년 정도 걸리는데, 이번 NDS가 승인되면 캐나다에서도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게 된다. SK바이오팜의 다른 파트너사 덱셀 파마1도 최근 이스라엘 당국에 세노바메이트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공식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HK이노엔, 신약 '기술료' 등으로 2분기 최대 매출

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 HK이노엔 제공

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 HK이노엔 제공


숙취해소제 '컨디션'으로 유명한 HK이노엔이 올해 역대 최대 2분기 매출(2,519억 원)을 기록한 배경에도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기술 수출이 있다. 회사의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6.2%, 영업이익(177억 원)은 496.5%나 증가했는데, 이는 올해 4월 케이캡(제품명: 타이신짠)이 중국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고 시장에 나오면서 기술료를 받은 효과로 풀이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에 돌입한 데 따른 로열티와 미국에서 후속 임상에 진입할 때 받게 될 마일스톤의 유입 등 앞으로도 긍정적 이벤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케이캡은 새로운 계열(P-CAB)의 신약으로 기존 약물 대비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이 빠르고 지속성이 우수하며 식전·후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처방 실적 1,000억 원을 돌파하며 2년 연속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신약 기술 결실 맺자 '주식시장'에도 실적 반영

국산 신약이 꾸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려면 임상시험 최종 완료는 물론 현지 당국의 허가와 출시, 매출 목표까지 달성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국산 신약이 꾸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려면 임상시험 최종 완료는 물론 현지 당국의 허가와 출시, 매출 목표까지 달성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일스톤은 '될성부른 약'을 선점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희귀질환 신약의 후보 물질이 임상에 들어가기 전부터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은 먼저 기술 수출 계약을 맺는다. 다만 언제 성공할지 모르니 조건을 붙인다. '임상 1상 성공 때 얼마, 2·3상 성공 시 얼마,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얼마, 출시되면 얼마, 상업화 이후 목표 매출을 달성하면 얼마' 등 단계별 비용을 정해두는 식이다. 임상 단계가 높아질수록, 허가와 출시라는 9부 능선을 넘을수록 오로지 기술만으로 돈을 버는 황금알로 탈바꿈한다.

유한양행은 2018~2020년 5건의 계약을 딴 뒤 1억760억 달러(약 1,300억 원)의 기술료를 받았고, JW중외제약은 2018년 레오파마에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JW1601) 기술 수출 계약을 맺고 최대 총 4억200만 달러(약 4,500억 원) 규모 계약을, 이듬해엔 중국 심시어사에 통풍치료제(URC102) 기술을 수출하며 최대 7,0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기술 수출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됐다"며 "최근엔 단계별 결실을 맺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기술 수출 성과가 실적에도 반영되는 성장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기술 수출을 해도 실적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지만, 신약 기술이 향상되고 수출한 기술이 속속 성과를 맺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잠재력'에 투자한 만큼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개발 중인 후보 물질을 수출한 뒤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하거나 기술에 대한 권리를 반환받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비만·당뇨 치료제(물질명 HM12525A)를 대상으로 단계별 최대 9억1,500만 달러(약 1조7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했지만, 2019년 얀센이 권리를 되돌려주면서 매출에 따라 받기로 했던 8억 달러(약 9,500억 원)가 물거품이 됐다.

이 때문에 기술 수출 한두 건만으로는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긴 힘들다. 권 연구원은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이 높고 자본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파이프 라인(연구 과제 및 후보 물질)을 꾸준히 강화해야 성과가 이어진다"며 "또 기간에 따라 기술료를 받을 수 있도록 파이프 라인을 다양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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