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차전지, 태양광 등 혜택
LG에너지솔루션·SK온·한화솔루션 등 행보 기대 모아
미국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약 479조 원을 내년부터 집중 투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처리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수혜 기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부분 미래 먹거리로 꼽은 사업에서 이 법안으로 인한 낙수 효과가 기대되는데 현지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7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가결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 분야에 3,690억 달러(약 479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하원이 이번 주 상원에 이어 법안 처리를 예고하고 있어, 사실상 조 바이든 대통령의 법안 서명 및 공포만 남았다고 현지에선 판단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린뉴딜 정책으로 성장을 유도했던 것처럼, 이번 법안으로 그린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며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에선 당장 미 정부에서 이 법안에 따라 거액을 투자하는 전기차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북미 생산 배터리 장착 포함) 구입시 대당 7,500달러(약 978만 원)의 보조금이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돼 보급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 제조사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합쳐 연간 20만 대만 혜택을 주려 했던 상한선까지 사라져 이번이 전기차 시장을 이끌 기회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완성차 업체, 배터리와 다르게 혜택 보기 힘들어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하면 한국 배터리 3사 입장에선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 등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GM, 포드와 각각 합작 공장을 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 이어 추진 중인 GM합작 공장 4개, 스테란티스 합작공장 등을 다 지으면 생산 능력이 140GWh(지난해 말 기준)에서 2025년 520GWh(북미 생산 200GWh 이상) 규모로 크게 늘어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을 노린 유럽,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사에서도 주문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져 25년 이후면 CATL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점유율 4위(7.6%)에 오른 현대차그룹은 초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 생산 중인 전기차가 없어서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차 'EV6' 등은 전량 국내 공장에서 생산·수출하고 있다. 최근 투자가 결정된 전기차 전용인 조지아 공장은 2025년에나 완공된다. 기존 앨라배마 공장 생산 라인을 조정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싶어도 노동조합과 협의가 필요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한화, 이번 기회 노리고 '태양광' 현지 투자 증액 검토도
전기차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 40% 감축을 위해선 친환경 에너지 산업도 급부상할 분야로 꼽힌다. 실제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배터리 제조·처리 업체 지원에 약 600억 달러(78조 원)가 편성돼 있어 관련 산업 육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태양광 모듈 1위 공급업체 한화솔루션의 경우 금융투자업계에선 1조 원의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태양광 모듈 생산, 발전산업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5월 발표 후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증설 중인 1.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시설이 가동되는 내년이면 미국 내 단일 모듈 사업자로서 최대 생산능력(3.1GW)을 갖추게 된다. 한화 측은 이번 기회를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면서 투자 확대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그룹을 이끌 차기 산업으로 꼽은 한화 입장에선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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