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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장관' 욕심 났나...교육 비전문가의 예고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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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장관' 욕심 났나...교육 비전문가의 예고된 추락

입력
2022.08.08 21:00
수정
2022.08.08 21:22
3면
0 0

'스타 장관' 요구·교육 비전문가 임명이
조급한 학제개편안 추진으로 이어져
"당사자 의견 한번만 들었어도 이런 일 없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유·초·중등학교와 대학 분야 2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유·초·중등학교와 대학 분야 2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부동산 정책만큼이나 복잡한 게 교육 정책인데...'스타 장관'을 바라는 대통령의 요구는 위험했다."

"교육 비전문가라고 질타를 받던 차에 국정 지지율까지 떨어지니, 공을 세우려다가 과속한 것 같다."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전격 사퇴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학제 등 교육 현안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정책 결정권자들의 이해 부족 △'개혁 드라이브'를 지나치게 의식한 성급한 의사 결정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책을 안다는 건 내용뿐 아니라, 정책의 역사까지 아는 것"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직과 교수는 "정책을 안다는 건 정책의 내용만 이해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정책을 둘러싼 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정책 결정권자는 정책의 이해당사자가 누구였고,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쟁점이 있었는지를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 부총리가 대학에서 교편을 잡긴 했지만, 행정학 전문가로서 교육 의제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이 정책 혼선을 빚었다는 의미다.

논란이 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안이 공개된 후 학부모와 교사단체, 교육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한 정책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미 수차례 검토됐던 정책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만 5세 국민학교(초등학교) 입학을 제안했고, 노무현 정부도 2007년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전략'을 통해 같은 방안을 검토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정권 초 같은 정책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행되진 못했다. 학제 개편으로 변화를 겪는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대했고, 교원 확충, 시설 확보 등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학제 개편에 맞게 교육과정을 바꿔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정책 추진이 패착이 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스타 장관' 지시가 조급함 불렀나

이런 점 때문에 업무보고 준비 과정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교육부 내부 의견이 박 부총리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 부총리가 학제개편안을 업무보고의 앞머리에 담은 건 그의 '조급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를 건너뛴 채 임명된 박 부총리가 '능력 증명'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이 '스타 장관'을 요구하며 부처별로 실적을 압박한 점이 정책에 대한 숙의를 어렵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의 한 국립대 총장은 "교육은 이해관계가 다양한 그룹이 몰려 있는 영역으로 단번에 의사결정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며 "반도체 인재 양성 대책도 그렇고 초반기 실적에 쫓겨 초조한 상태에서 나온 대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의 경우, 수도권 대학 정원 확충을 두고 비수도권 대학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박 부총리는 취임 2주 만에 대책을 내놓으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한 게 교육 정책"이라며 "현 정부가 교육 정책에서 지나치게 고등교육(대학)과 노동시장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도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정책 '스크린 장치'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정책 추진에 앞서 이해관계자 및 정책 전문가와 사전 소통하는 절차를 갖는 '소통의 기본'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조상식 교수는 "교육 현장 관계자도 있고 학부모 단체도 있고, 교육학 전문가도 있다. (이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스크린을 한 번만 했어도 문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차기 교육부 장관 인선에선 교육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일 교수는 "인사는 인사대로, 정책은 정책대로 따로 간다는 정치권의 인식이 문제"라며 "후보자의 교육 분야에 관한 전문성은 꼭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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