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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처럼 '초록병 술' 마실래"... 한국소주 일본 판매 20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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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처럼 '초록병 술' 마실래"... 한국소주 일본 판매 20배 껑충

입력
2022.08.08 16:39
수정
2022.08.08 16:47
14면
0 0

"주인공 힘들 때마다 마시는 술"에 관심
일본 젊은이 선호 맞춰 다양한 맛 가미

진로 일본법인의 홈페이지. 다양한 과일 맛을 가미한 참이슬이 소개돼 있다. 진로 홈페이지 캡처

진로 일본법인의 홈페이지. 다양한 과일 맛을 가미한 참이슬이 소개돼 있다. 진로 홈페이지 캡처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들은 초록색 작은 병에 든 술을 즐겨 마신다. 대체 무슨 술이기에?"

일본인들의 이 같은 호기심 덕에 최근 일본에서 한국 소주 판매량이 급증했다. 진로 일본법인의 소주 판매량은 2019년에 전년 대비 20배로 껑충 뛴 뒤 3년째 꺾이지 않고 있다. 부산 소주회사 무학이 만드는 '좋은데이'의 일본 판매량은 2019년 120만 병에서 2020년 150만 병, 2021년 400만 병으로 급증했다.

일본 수입업체 대표는 “영업을 하지 않아도 전국 각지에서 소주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고 8일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2010년대 초반 일본에서 '막걸리 바람'이 불었다면, 10년 만에 소주가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일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거의 매회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tvN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거의 매회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tvN 공식 홈페이지 캡처


"소주는 한국 드라마의 명조연"

최근 소주의 급성장은 한국 드라마의 재유행 덕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 일본인들은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같은 요즘 드라마에 다시 눈길을 돌렸다. 이른바 4차 한류 현상이다.

시련을 만난 인물이 소주를 마시며 흐느끼거나 사고를 치는 건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 아사히신문은 "소주야말로 인생의 비애와 애증을 표현하는 한국 드라마의 명조연"이라며 "특히 '나의 아저씨'에는 거의 매회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드라마, 영화 등의 K콘텐츠가 일본 시장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그 과실을 한국 회사들이 따 가는 것은 만만치 않은 수출 전략”이라고 평했다.

일본에서 새삼 '소주 붐'이 일어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한국과 일본 주류 업계에선 과일 맛 소주(플레이버 소주) 중심의 마케팅을 꼽는다. 이른바 '깡소주'라고 부르는 일반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17, 18도인 반면 과일 맛 소주는 13도 정도다. 일본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를 흉내내 소주를 마시고 싶어도 독해서 힘들어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과일 맛 소주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깡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는 즐거움'까지는 아직 일본에 상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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